조선 왕실에 맞춰 '왕세자', '국왕'으로 번역하는 신문이나 방송이 많은데, 이는 정확히 오역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왕세자는 제후국의 저이(儲貳)에게 사용하는 칭호로, 원간섭기의 고려 왕실과 개화기 이전의 조선 왕실의 저이들이 이 칭호를 썼으나 이 둘은 대외적으로 원나라 및 명청과 같은 주권국의 제후국을 자처했기 때문에 주권국에서 쓰는 칭호보다 한 단계 낮은 칭호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같은 주권국의 저이를 왕세자라고 부르는 것은 군주국 예법에 따르면 실례가 될 수 있으므로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왕태자'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왕태자라는 칭호 또한 오역이지 않느냐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미 원간섭기 이전의 고려 왕실과 고대 중국의 주나라가 왕태자 칭호를 사용한 바 있으므로 문제 없습니다.
다음으로 국왕은 영어로는 'King', 아랍어로는 'أمير(말리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주 칭호가 'أمير(말리크)'이나 카타르의 군주 칭호는 'أمير(아미르)'입니다. 아미르는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주권국 군주들이 쓴 기록이 있지만 왕이라는 뜻의 말리크보다 낮은 칭호로, 보통 봉토의 수장들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따라서 아미르 또한 말리크와 급을 달리하는 칭호로 국왕이라 부르는 것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아미르의 번역어로 적합한 칭호를 찾자면 봉토의 수장을 나타내는 칭호인 '추장(酋長)' 정도가 적합할 듯합니다.
일본은 황이 라히고
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영국 왕이라
하는데 세자,태자는 그 나라에 맞게 써주는게 맞지않을까요?
일본은 자칭 천황이라는데 우리만 유독 왕으로 격하하는게 우스꽝 스럽습니다.
왕위계승자가 세자(Hereditary Prince)이냐, 태자(Crown Prince)로 갈리는 것은 왕국이냐, 제국이냐로 갈리는 것이 아닌 제후국이냐, 자주독립국이냐로 갈리는 것이지요.
일본의 군주를 일왕으로 격하하는 것은 반일감정 뿐만이 아닌 외교적으로 일본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확히는 천황으로 불러주는 것이 옳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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