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땅에 태어나 살아온지 30여년이 지났다.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삶을 살며 그럭저럭 인생을 영위하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나는 세상의 변화를 기억하는 것을 즐기곤한다. 어렸을적 살았던 동네를 다시 가보거나 인상 깊었던 추억이 있는 장소에 가서 머물러 있기도 한다.
그렇게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간 변화해온 이 땅을 바라보며 격세지감을 몸으로 느껴본다.
내가 학창시절을 보낸 곳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아파트만 달랑 들어선 인외마경에 가까운 신도시였다.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비어있던 땅에 아파트가 더 빼곡하게 들어찼고 건축자재가 수북히 쌓여있던 나대지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대형마트가 들었다. 개미 한마리 안지날것 같은 쭉 뻗은 8차선대로에는 바삐 움직이는 차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나는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개발위주의 행정이 지속되다 보니 이리바뀌고 저리바뀌고 하는 것이 당연한 줄로만 믿었다.
그리고 어느덧 성인에 다다랐을때 정치의 영역에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것을 알았다.
국회의원이 바뀌면 법령이 바뀌고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동네가 바뀌며 대통령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내가 스무 살 무렵에 깨닫은 것이다.
국민학교에 갓 들어갔을 무렵 김영삼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이다.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있는데 전두환, 노태우의 사형 구형 뉴스가 전해졌다.
호남에서 태어나 5.18이 일어나기 직전 광주를 떠나와 서울에서 가정을 꾸리신 아버지는 상기된 표정으로 한마디 하셨다.
"저 놈들 사형 집행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이후 역사적인 범죄자의 사형집행은 없는일이 되었고 호남출신 대통령 손에 의하여 사면되었다.
그 이후로 아버지가 정치를 멀리 하셨다는걸 20대 대선 즈음이 되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분명 얼마전까지는 부모님의 정치성향이 자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았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이 뭘 아냐고, 그냥 어른들이 하라는대로 하라고
정치, 사회, 경제 같이 세상을 움직이는 규칙들은 기성세대들의 전유물이었다. 청년들은 정보의 소비층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위시한 정보의 홍수 시대이다. 청년들은 그 어떤 계층보다도 정보를 잘 소비해 나가고
그것을 뛰어넘어 수많은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자기와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끈임없이 갈무리한다.
이제는 세상을 움직이는 주도권이 청년들에게 옮겨져 온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기성세대들이 그간 말해왔던 것을 아직 깨지 못했다.
너희들이 뭘 안다고, 어린 놈들은 어른들이 하라는대로만 하면 된다고.
세상은 어른들이 해왔던 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내 집을 장만하고 연금을 받으며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그런 고정된 틀 안에서 살 수 없게 점점 변화하고 있다.
바꾸려면 이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만 한다.
위정자들이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기 원한다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틀을 깨고 우리가 내고 싶었던 목소리를 실컷 내야 한다.
정치인들은 투표하지 않는 자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설령 내가 표를 줄 후보가 없다면 무효표라도 상관없다.
무효표 또한 앞으로 내 의견을 귀 기울여줄 후보가 없다고 보이콧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더 가깝게 두고 지내야 한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 더 나아가 살기 좋은 동네, 건강한 나라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를 이용해먹고 내 것으로 만들어놔야만 한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