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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제와 공정경쟁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월 13일, 부산 청년들과의 대담에서 '여성 할당제로 인해 실제로 남성이 더 많은 이득을 봤다' 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통합공채를 볼때 오히려 여성이 성적이 높아 남성들이 할당제의 혜택을 많이 받으며, 특정 성별 비중이 무조건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고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어 여성할당제 폐지론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이것은 하나의 대표적인 신화'라고 언급했다.

캡처.PNG.jpg

최근 몇년 사이에 젊은 층 내에서 성별 대립이 심화되고 할당제 문제 또한 대두되었다. 아래는 2019년 2월 방영된 <100분 토론> 프로그램의 영상이다. 여성 할당제 문제에 관해 패널들이 치열하게 토론했다. 이 회차의 주요 장면을 뽑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300만회를 넘기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비록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시절의 갈등과 지금의 갈등의 수위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참고로 저때 패널로 참가한 김지예 변호사는 2020년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도지사이던 시절, 경기도 공정경제과 과장으로 임명되어 공직에 진출했고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취고위원은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https://playvod.imbc.com/Vod/VodPlay?broadcastId=1000842101145100000

 

할당제 문제는 왜 대두되었나? 할당제의 도입 취지를 생각해보자. 특정 성별, 계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사회 활동을 함에 있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고, 그들의 지위 상승을 막고 있는 유리천장을 깨고자 만든 제도 아닌가. 취지는 좋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도 자신이 정당하게 행한 노력과 능력에 대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 안된다. 특정 성별로 인해 차별 받는 사회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기회는 성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할당제에 반대한다. 집단 내 특정 성별의 비율을 유지하고자 강제로 비율이 할당되는 제도는 옳지 않다. 만약 기업의 채용 면접에서 61점을 받은 응시자가 탈락하고 할당제의 이유로 60점을 받은 특정 성별의 응시자가 합격한다면 이것이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 61점의 응시자의 노력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할 일꾼을 뽑을 때는 어느 성별이 얼마나 뽑히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저 인원의 정원 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가장 능력있는 사람들이 뽑히는게 맞다. 설령 합격자 정원의 99%가 여성이고 1%가 남성이라 할 지라도, 그 시험 과정이 공정하고 누구에게나 응시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졌다면 그 결과는 옳다. 조직은 특정 성별의 일원이 필요한게 아니라 그저 업무 효율을 최대한 끌어줄 일꾼을 필요로 한다. 특히 국가 업무를 관장하는 공무원의 경우 이 같은 규칙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정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능력 있는 사람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해야한다.

혹자는 말한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여성들은 편견에 둘러쌓여 있다고. 여전히 여성은 승진 과정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남성에 비해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동의한다. 안타깝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관해 해결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조직 내에서 차별 받는다면, 그녀의 능력과 기여도를 생각하지도 않고 차별한 이를 처벌해야 될 일이다.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나쁜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할 문제다. 이 문제에 여성 할당제를 주장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할당제 문제가 여성의 사회적 발언권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한다. 혹 할당제를 통해 여성이 조직 내 고위급 임원까지 올라간다고 해도, 과연 동료 임원들이 그녀의 능력을 완전히 인정해줄까? 오히려 그 여성이 할당제를 이유로, 보다 더 실력 있는 남성 동료를 제치고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러한 물음은 할당제의 취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재명 후보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성 할당제로 인해 남성이 더 이득을 봤다고? 그렇다면 당장 그 할당제를 폐지해 달라. 우리는 할당제로 인해 들어온 비교적 성적이 낮은 남성 응시자보다 할당제로 인해 떨어진 성적이 더 우수한 여성 응시자를 원한다. 성별이 뒤바뀌어도 마찬가지다. 특정 성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운용되는 시험제도를 원하는게 아니라 능력있는 사람들이 정당하게 노력의 보상을 받는 시험 제도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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