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홍준표 에세이 - 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3

profile
이미존재하는닉네임

image_readtop_2017_227224_14912807982834603.jpg

원본 디씨 홍준표 의원 에세이 갤러리


이전글 - 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2

https://theyouthdream.com/free/284340


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3
2009 - 02 - 23


  마침 가을 정기 인사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안기부에 한번 파견을 나오면 보통 이삼 년은 근무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앞으로 일이 년이 지나면 나는 일선에서 직접 수사를 맡는 수사검사의 자리를 떠나 관리자로 돌아가야 한다. 안기부에서 돌아가면서 관리자로 가게 되면 수사검사로서의 생명을 끝나는 셈이었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아직 할 일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다. 권력의 고삐를 잡고 앉아 온갖 범죄를 저지르면서 국민을 속이고 있는 파렴치한 정치인들의 행태와 피해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이는데 내 손발은 엉뚱한 곳에 묶여 있었다.


  나는 인사권을 가진 검찰 수뇌부와 선배들을 찾아가 의논을 드렸다. '검찰로 돌아가고 싶다'.'수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 내 희망이었다.

  안기부의 선배들과도 의논했다. 그러나 모두들 한결같은 얘기들이었다.

  "이제는 좀 한가한 자리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남들은 그런 길을 가고 싶어 애를 쓰는데 굳이 거꾸로 갈 필요가 어디 있느냐."


  그 와중에 나에게 불리한 구설수가 나돌았다.

  "대검 중수부 수사 연구관으로 가서 썩어 빠진 정치인 스무 명쯤 잡아넣겠다. 그러면 우리 나라 정치가 달라질 것이다."


  사석에서 한 말이 와전되고 다소 과장되어 신문의 가십과 소문에 오르내리면서 그러지 않아도 무거운 공기를 천근이나 되도록 가라앉히고 말았다.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눈치도 없이 안기부 파견 해제 요청을 했다.


  검찰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의 표시였다. 마음속으로 이 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가장 잘 척결할 수 있는 자리인 대검 중수부 수사연구관을 원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썩어 빠진 정치인'에 도전해 보겠다는 불 같은 의지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상부에서는 나의 안기부 파견 해제 요청을 받아 준다는 언급은 없고 그 대신 다른 자리를 권했다.


  "안기부에서 당신을 더 필요로 하고 있으니 계선 조직에 가서 좀더 본격적인 활동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소. 그도 아니면 청와대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지."


  안기부 간부들도 비슷한 권유를 했다. 안기부의 계선 조직으로 가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거나 청와대로 파견 나가면 평검사로 밤낮없이 수사에 매달려 있는 것보다는 출세길이 빠르다.


  그러나 검사가 안기부든 청와대든 검찰 밖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에 무엇보다도 나는 수사를 계속하고 싶었다. 거기엔 나의 고유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진 대상이 아니라면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수사 부서는 안 된다니까, 모양이 좋지 않아요. 이제부터 홍 검사도 보직 관리를 해야지."


  보직 관리, 제대로 단계를 밟으라는 선배로서의 충고였다. 언제까지 천방지축으로 바람 부는 들판에서 뛰려고만 하느냐는 질책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명분이었고, 실제로는 검찰 조직 자체가 나의 수사검사 복귀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내게도 전해져 왔다.

댓글
4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