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장 잘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뭘까?
직업, 경제력, 학벌, 성별 등 많은 기준들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확실한 것은 단연코 세대일 것이다.
생각해 보라.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세대별로 유권자를 분류하지 않던가?
한 세대에는 그들만의 공감대가 있다.
굶어보지 않은 60대가 없을 것이고,
최루탄 냄새를 맡아보지 못한 4,50대가 없을 것이며,
인터넷을 못하는 2,30대가 없을 것이다.
세대만의 공감대가 있기에, 세대를 관통하는 메세지도 있다.
4~60대는 명확한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누군가는 전화(戰火)가 불러온 빈곤에서 벗어나기를 꿈꿨고,
누군가는 군부독재에서 벗어나기를 꿈꿨다.
그리고 꿈꾸던 시절은 꿈으로 남아 여전히 그들의 관념을 지배한다.
그래서 그들의 시절을 연상시키는 이들이 대통령이 되었다. 두 번이나.
박정희의 딸, 노무현의 친구라는 간판을 달고.
그에 반해, 안철수 당신은 무슨 간판을 내세웠는가?
그 답 속에 당신의 잃어버린 10년이 있다.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안다.
갈 곳 잃은, 양 측에서 버려진 이들을 거둘 기회라 생각했겠지.
그런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어쩌면 대선을 삼파전으로 만들 수 있는 제안을.
기회를 보장하라.
2,30대는 imf 이후에 태어난 세대다.
당신들이 겪었던 고도 성장은 역사책에나 존재하는 이야기이고, 경제는 항상 불황이었으며, 등용문은 바늘구멍보다도 좁았다.
그런 세대였기에 기회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그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미래를, 꿈을 팔았고, 그럼에도 실패한 자들이 수없이 많다.
그리고 당신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그 모든 우리의 노력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왜 우리가 각종 할당제에 분노한다고 생각하는가?
왜 인국공 사태에 분노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에게 취업이란 생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 분노는, 우리의 생존을 가볍게 생각하는 당신들을 향한 분노다.
젠더 갈등은 애새끼들 소꿉놀이 따위가 아니다.
한정된 기회를 놓고 다투는 20대의 생존 투쟁이다.
당신 따위가 심판이라도 된 것 마냥, 가벼운 생각으로 한쪽 편을 들어주면 모든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가?
오만한 생각이다.
다시 한번 당신에게 말한다.
생존을 보장하라.
더 많은 기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실패가 두렵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 달라.
그게 어렵다면, 허경영 밑 안철수로 남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