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며 약 5개월간 이어진 논란을 종결했다. 파면 결정을 위해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으나 인용 의견이 4명에 그쳐 기각이 결정됐다.
기각 의견을 낸 김형두·정형식·김복형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조한창 재판관은 윤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 총리가 임명한 인물이다. 이런 배경은 헌재의 결정이 법적 판단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최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기피 신청이 제기됐으나 기각된 정 재판관도 포함됐다.
이 위원장 탄핵 심판에 약 5개월을 소요한 것과 달리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변론 연기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이 추진한 공직자 탄핵안은 여전히 헌재에 계류 중이다. 이에 헌재가 정략적 탄핵안에 보다 신속하고 단호히 대응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헌재가 정치적 배경에 따라 판단이 갈리는 모습을 보이며 이번 결정이 단순한 법적 판결을 넘어 대통령 탄핵 심판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취임 이틀 만에 탄핵, 사상 최단 기록 ... 민주당 '정략 탄핵' 논란 불붙어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31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단 이틀 만인 8월 2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며 직무가 정지됐다. 이는 장관급 인사가 최단기간 내 탄핵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 위원장 탄핵 소추는 정략적 목적에 의해 추진된 사례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탄핵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에 임명되자마자 민주당 등 야당은 이 위원장이 '노조 탄압'과 '방송 장악'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탄핵을 추진했다.
국회 측은 이 위원장이 김태규 위원과 2인 체제에서 KBS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이 방통위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법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재적 위원'은 상임위원 5인이 모두 임명된 상태를 전제로 하므로 의결에 3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회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위원장 측은 "제가 물러난다면 불의의 승리를 인정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방어 의지를 밝혔다.
이 위원장 측은 현재 임명된 상임위원이 2명뿐이므로 위법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이에 더해 "2인 체제가 불법이라면 민주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민주당 몫 방통위원을 추천했어야 했다"며 "국민의힘은 이미 국회 몫의 방통위원을 추천했으나 민주당의 추천 거부로 2인 체제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해 2인 체제를 만든 뒤 이를 이유로 탄핵을 추진한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설령 위법 소지가 있더라도 이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 이 위원장 심판에 5개월, 윤 대통령 심판 속전속결 … 형평성 논란 중심에
헌재는 이 위원장 탄핵 심판을 마무리하는 데 약 5개월이 걸렸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 상황을 이유로 변론 연기를 요청했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을 진행했다.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신속한 재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위원장 탄핵에 소요된 5개월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원장 사건 외에도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추진한 공직자 탄핵안은 헌재에 무기한 계류 중이다.
지난 15일 마지막 변론 기일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그동안 헌법재판관 6인 체제 하에서 변론은 할 수 있었지만 선고까지 가능하냐는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피청구인 재판이 매우 늦어진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재판 지연을 인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헌재소장의 이러한 발언이 헌재를 향한 형평성 논란과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두 달 가까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선출을 미루며 자신들이 탄핵 소추한 정부 관료들에 대한 헌재 심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보였다. 그러나 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 탄핵이 필요해지자 급히 재판관을 추천하며 정략적 행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헌재가 노골적인 정략 탄핵안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판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4대4 결정, 반으로 갈라진 헌재 … 尹 vs 文 재판관 정치적 대립 노출
기각 의견을 낸 김형두·정형식·김복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 총리가 임명한 인물이다.
반면 인용 의견을 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정계선 재판관은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헌재 결정이 정치적 배경에 따라 갈린 모습을 보이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정 재판관은 좌파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던 사람으로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됐다.
정 판사가 소속됐던 우리법연구회는 지난 1988년 사법부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이 결성한 학술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과 폐쇄적 운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더해 국회 측 탄핵소추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가 정 재판관의 남편과 같은 재단법인에서 이사장으로 활동한 점을 들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정 재판관의 기피 신청을 제기했으나 헌재는 이를 지난 14일 기각했다.
헌재가 정치적 배경에 따라 판단이 나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대통령 탄핵 심판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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