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혐의가 삭제되면서 '국헌 문란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지목한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내란죄 혐의를 탄핵소추안에서 빼자 정국의 시간을 '이재명 대선 시계'에 맞추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여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심리를 중단하고 국회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내란이라고 내란 선동을 몰아가던 민주당이 갑자기 방향을 돌려 탄핵소추 심판 대상에서 내란죄를 빼겠다고 한다"며 "이것은 명백한 사기 탄핵이라는 사실을 민주당 스스로 자임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탄과 조기 대선을 위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제도를 월권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라며 "헌재는 반드시 탄핵소추를 각하하고 민주당이 정말 탄핵소추 사유가 있다고 한다면 다시 탄핵소추 사유를 명기한 국회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헌법의 기초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이 주축이 된 국회 탄핵소추단(단장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에서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국회의원 204명의 동의로 가결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핵심 사유로 내란죄가 명시돼 있다. 야권이 주도해 작성한 탄핵소추안에는 "(윤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을 협박하고 폭행하는 일련의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대한민국 전역의 평온을 해하는 내란죄를 범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줄곧 '내란 수괴'라고 주장해 온 민주당이 돌연 '내란죄' 혐의를 철회한 것은 조기 대선을 위해 헌재의 탄핵 심판을 서두르게 하려는 의도로 국민의힘은 의심하고 있다.
내란죄는 증인 신문과 검증 절차가 복잡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기에 재판 일정을 맞추려는 민주당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힘에서는 내란죄를 철회한다면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사유도 사라진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가 철회된 상황에서 한 전 대행의 내란 공모·방조·묵인 혐의는 성립할 수 없고, 한 전 대행에 대한 탄핵 자체 또한 원천적으로 무효이자 한 전 대행이 즉각적으로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 또한 철회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이재명 사법리스크 회피용 졸속 탄핵안, 바로 잡아야 한다"며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 또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안 표결 당시) 우리 당 의원 중에서 최소 12명의 이탈표가 나왔다"며 "만약 탄핵소추안에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국회는 새로운 탄핵 소추문을 작성하고 재의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며 "국회가 재의결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이미 국민의 대표가 아닌 이재명 대표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재의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안철수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정작 본인 재판은 법꾸라지 전략으로 무한정 지연시키고 조기 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 의원은 탄핵소추문이 변경되면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국회의 졸속 탄핵 소추문을 기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의원은 "재판부가 내란죄 철회를 권유했다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며 "헌재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기관인데 재판부가 탄핵 사유의 철회를 권유했다면 이는 이미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권유가 민주당과 헌재의 짬짜미로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선수와 심판이 한편이 되는 일이 없도록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당시 탄핵소추단 단장이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탄핵 사유를 재정리했던 선례를 거론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서정욱 변호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기에 그때도 지금도 국회 의결할 때 형사 문제를 뺐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추후에 형사 문제는 제외하고 헌법 사유로 정리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오로지 내란 하나밖에 없기에 이걸 빼면 남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서 변호사는 또 "내란죄 부분을 제외하면 결국 '앙꼬 없는 찐빵'을 넘어 '찐빵' 자체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내란죄를 빼면 탄핵을 각하하고 더는 심리가 진행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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