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버드스트라이크' 사례가 최근 증가 추세에 있었으며 이미 위험성도 경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의 승무원은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직전인 오전 9시 한 탑승객도 지인에게 "새가 날개에 껴 착륙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소방당국에는 오전 9시 3분경 "비행기 랜딩기어가 안 내려온다", "비행기가 터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의 버드스트라이크 사례가 보고됐다. 이는 일정 고도 이하에서만 발생한 조류 충돌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사고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버드스트라이크로 여객기가 회항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월 인천공항에서는 항공기가 이륙 직후 고도 17피트(약 5.2m)에서 엔진과 착륙장치에 새가 충돌했으며, 6월에는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 전면에 새가 부딪혀 회항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해외에서도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대형 사고 사례가 있었다. 2009년 7월 15일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번 사고와 비슷한 인명 피해를 낸 사례다. 당시 이륙 중이던 카스피안항공 7908편의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 화재가 발생했으며 항공기는 약 16분 만에 공항에서 120km 떨어진 들판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15명을 포함한 탑승자 168명이 사망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전 세계 버드 스트라이크의 90%가 공항 근처에서 이른 아침과 일몰 시각에 발생한다. 공항 주변에서 조류 충돌이 잦은 이유는 곤충을 먹기 위해 작은 새들이 모이고 이를 먹이로 삼는 맹금류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주변에 논과 습지가 많은 무안공항은 조류 활동이 활발해 항공기 이착륙 시 충돌 위험이 높다. 특히 무안공항은 장거리 이동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서해안과 가까워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무게 1.8kg의 새가 시속 960km로 항공기와 충돌하면 64톤의 충격이 발생한다. 조류 충돌은 기체 손상을 넘어 조종석 찌그러짐이나 유리창 파손을 초래할 수 있다. 사고 여객기 역시 조류 충돌로 엔진과 착륙 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한국환경연구원(KEI)도 "공항 주변 도시개발로 조류 이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조류 충돌 위험성도 증가한다"며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계획수립 단계부터 지방항공청과 협의하도록 공식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미 위험성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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