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22일(현지시각) 선출직 정치인이 아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의회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예산안까지 무산시킬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상황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민주당은 기업인인 머스크 CEO가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공격하면서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의 지도자이며 머스크 CEO의 활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USA'가 주최한 '아메리가 페스트 2024' 행사에서 머스크 CEO를 칭찬하고서는 "그가 대통령직을 가져가는 게 아니다"라면서 "난 똑똑한 사람을 두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내년 1월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공식 출범 전부터 각 분야에 걸쳐 강력한 입김을 행사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 머스크 CEO가 임시 예산안 처리 문제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보다도 먼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의회 합의를 흔들어놓자 "사실상 대통령 아니냐"고 공격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 CEO가 대통령선거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그를 계속 두둔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도 "머스크는 펜실베이니아에 가서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가 그 주에서 승리하도록 도왔고, 우리는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며 "그는 정말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신에 대해 여러 거짓말을 해왔다고 주장하고서는 "새로운 거짓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에 대통령직을 양도했다'는 것인데, 아니다. 아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머스크 CEO를 두둔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난 안전하다. 왜 그런지 아느냐?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머스크 CEO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머스크 CEO는 비벡 라마스와미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회장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합류한다. 과도한 규제와 예산 낭비를 줄이고 연방기관을 재정비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정부효율부는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하고 백악관 관리예산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재적으로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공화당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DOGE'의 목표를 꿈꿔왔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 CEO의 권력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머스크 CEO가 출범을 한 달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여준 남다른 영향력을 입증한다고 평가했다.
토니 곤잘레스 하원의원(공화, 텍사스)은 이날 CBS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통령이 있고 부통령이 있고 하원의장이 있다. 일론 머스크가 우리 총리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제도에는 총리가 없지만, 머스크 CEO의 영향력이 그게 버금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곤잘레스 하원의원은 머스크 CEO가 선출직이 아니라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하지만 그는 영향력이 있으며 그 영향력의 상당 부분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인 빌 해거티(공화, 테네시)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가 같은 공화당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합의한 예산안을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맹비난하면서 반대 여론을 조장한 것을 두고 "투명성"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해거티 의원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신에 감사하다.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예산안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한 리더"라면서 머스크 CEO의 역할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인재를 고문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내에서 한때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가 반(反)트럼프 인사가 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탓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머스크가 되면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난다. 그리고 누구도 그게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 라인스 프리버스와 존 F. 켈리 등 백악관 비서실장을 여러 번 교체한 사실을 언급하고서 "트럼프와 (권력의) 완전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유통기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 델라웨어)은 CNN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 때문에 예산안을 새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빠졌다면서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새로운 대규모 공장이 있기 때문에 머스크의 사업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셜미디어에서 AI로 만든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를 제한하는 내용도 새 예산안에서 제외됐다면서 "엑스에 도움 될 내용으로, 난 우리가 막판에 예산안에서 빠진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업가 출신으로 트럼프 체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머스크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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