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각) 에너지부 장관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CEO를 지명했다.
라이트 지명자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견해를 가진 인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확대 구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을 통해 "크리스 라이트가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새로 구성된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으로 내 행정부에 합류할 것임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발표했다.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크리스는 에너지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자이자 기업가"라며 "그는 원자력, 태양광, 지열, 석유·가스 분야에서 일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셰일 혁명을 시작해 에너지 독립을 촉진하고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지정학적 변혁을 이끈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라고 지명자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부 장관으로서 크리스는 혁신을 주도하고, 관료주의를 혁파하며 새로운 '미국 번영과 세계 평화의 황금기'를 열어주는 핵심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라이트 지명자는 셰일가스 관련 업계에서 일하다 1992년 셰일가스 개발·생산기업인 피너클 테크놀러지를 설립해 2006년까지 CEO를 지냈다. 이후 2011년 리버티에너지를 설립해 지금까지 경영해오고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 본사를 둔 리버티에너지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인 '프래킹(fracking)'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27억달러에 달한다.
라이트 지명자는 친(親) 공화당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에 자주 출연하는 한편,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 등에서 석유와 가스 개발을 옹호하면서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견해를 자주 피력해 트럼프 당선인의 눈에 띄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에 대해 "석유와 가스가 사람들을 빈곤으로부터 구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해온 미디어 친화적 화석연료 전도사"라고 평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관련 보도에서 라이트 지명자가 석유와 가스 생산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을 지원하고,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전력 생산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탄소 정책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반대 입장을 공유하고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에너지부는 미국의 에너지 외교와 전략비축유(SPR) 관리 등 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부처로, 라이트 지명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 계획을 뒷받침하는 한편,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지배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위기론을 부정하며 재생에너지를 폄하하고 화석에너지의 무제한 생산을 옹호해왔다.
라이트 지명자 역시 기후운동가들이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낸다고 비난하면서 지구온난화에 맞서기 위한 민주당의 노력을 소련식 공산주의에 비유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신의 링크트인(LinkedIn) 프로필에 기후위기는 없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리고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스스로를 '기술 괴짜(tech nerd)'라고 부르는 자유분방한 인물로, 2019년에는 프래킹에 사용되는 액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면서 카메라 앞에서 이를 직접 마시는 기행을 하기도 했다.
정치 경험은 전혀 없다.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 캠프에 상당액의 기부금을 내고 모금행사를 직접 열기도 했다.
미국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4월 플로리다 마러라고 클럽에서 석유회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요청한 이후 라이트 지명자는 친 트럼프기구와 공화당 전국위원회에 최소 27만3000달러를 기부했다. 또 8월 몬태나주 빅스카이의 한 스키 리조트에서 트럼프를 위한 모금행사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늘리고 관련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약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15일에는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국가에너지회의(National Energy Council) 신설도 발표했다.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은 내무장관에 지명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가 맡는다. 라이트 지명자도 상원 인준을 받으면 국가에너지회의 위원이 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모든 형태의 미국 에너지를 허가하는 데 관여하는 부서와 기관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생산, 유통, 규제, 운송 등 미국 에너지 산업과 관련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스 라이트는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지명자와 수년간 알고 지내며 일해왔다"면서 "이 팀은 인플레이션을 몰아내고 중국 및 여타 국가들과의 AI 군비경쟁에서 승리하고, 미국 외교력을 확대해 전세계의 전쟁을 종식할 미국 에너지 지배력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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