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가 거대 야당의 정쟁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신청한 증인이 불출석하자 동행명령장 발부에 이어 고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국감이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후반부로 접어든 제22대 국회 첫 국감에서 발부된 '동행명령장'은 총 8건이다. 지난해 3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국감에서 발부된 동행명령장은 연평균 약 2.6건이었는데, 이마저도 훌쩍 넘어섰다.
국감이 끝나기도 전에 동행명령장이 줄줄이 발부된 이유는 야권이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관련 의혹 대상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발부된 8건의 동행명령장 중 5건은 김 여사 관련 증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을 받는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를, 행정안전위원회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황제 관람 준비' 의혹을 받는 한국정책방송원(KTV) PD와 전 방송기획관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동행명령장을 받고 국회에 출석한 증인은 '0명'이다.
야권은 법적 조치까지 강행했다. 교육위는 지난 11일 야당 주도로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 증인(설 교수·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장윤금 전 숙명여대 총장) 3명에 대한 고발의 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항의 표시로 퇴장한 뒤 표결에 불참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권익위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산 피습 당시 헬기 이송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감에서의 거대 야당 횡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피감기관 관계자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10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퇴장 조치 됐다. 민주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김 장관이 "일제 강점기 선조 국적은 일본"이라는 견해를 굽히지 않자 국감 증인 출석 요구 철회 안건을 상정한 뒤 야당 단독 투표를 진행해 의결을 강행했다.
황인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1국장은 더 허무맹랑한 이유로 퇴장당했다. 행안위에서 마스크를 벗으라는 위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에게 황 국장의 마스크를 벗으라고 명령해 달라고 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자 퇴장시켰다.
지난해까지 역대 국감에서 피감기관 관계자가 퇴장당한 사례는 총 6건에 불과하다. 2000년 1건, 2009년 1건, 2010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이다.
민주당의 공세적 태도에 유의미한 정책 질의가 실종되면서 제22대 첫 국감은 정쟁과 '하니'만 남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지난 15일 환노위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증언을 위해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대중의 이목은 환노위 국감에 집중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적절성 논란에 휩싸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예인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에 직장 내 괴롭힘 참고인으로 부르는 게 맞냐는 것이다.
하니를 둘러싼 국회의원의 특혜 시비도 불거졌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하니와 별도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뉴진스 사태는 방송을 소관하는 과방위와도 연관되는 사안"이라며 "과방위원장이 이 사안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하다"고 부인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은 일방적인 증인 채택과 동행명령장 남발을 주도하면서 국감을 정쟁 소모전으로 몰아가는 데 앞장섰다"며 "민주당도 민생에 일말의 걱정이라도 있다면 정쟁 국감을 중단하시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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