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친일 인사 공직 임명 방지법'(헌법 부정 및 역사 왜곡 행위자 공직 임용 금지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표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학계와 정치권은 경계하고 있다. 특히 '친일 행위'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등 야권은 '운동권 특권법'으로 불리는 '민주화유공자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법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김용만 의원은 전날 국회 의안과에 '친일 인사 공직 임명 방지법'을 제출했다. 법안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역사 왜곡 행위를 미화·정당화하거나 이에 동조한 사람을 공무원, 공공기관의 장 또는 임원 등으로 임명하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역사 왜곡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지배 또는 친일·반민족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독도 영유권의 역사적 사실을 날조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해서는 2004년 제정된 '일제 강점하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20가지 기준을 차용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헌법 수호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위헌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생각'이나 '신념'을 검열함으로써 직업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론도 거론되고 있다.
헌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직자 임용 기준에 관한 공법(公法)에서 중요한 게 명확성의 원칙"이라며 "친일을 주장하는 게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지와 별개로 친일의 개념과 기준을 바라보는 해석과 판단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고 법안의 한계를 꼬집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의 한계를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역사적 사실관계와 친일·반민족 행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며 "과거에도 역사 왜곡 발언에 대한 처벌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무산되었다는 것을 민주당이 모를 리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직에 임용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광범위한 사상 검증을 정당화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법안"이라며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부정하는 등의 행위를 근절케 한다'는 입법 목적을 내세웠는데,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른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정부 때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지운 관계자들은 공직 임용 자격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민주당 스스로 답해야 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비슷한 성격의 '역사 왜곡 방지법'을 잇따라 추진한 바 있다. 4년 전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5·18 민주화운동 역사 왜곡 처벌법'이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민주당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역사적 해석을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위안부 왜곡 처벌법', '4·3 왜곡 처벌법' 등을 추진했다.
이런 법안이 추진될 때마다 시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경쟁 위축, 역사의 독점화와 획일화, 과잉 입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역사적 진실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적이고, 극우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아이러니'한 지적이 뒤따르기도 했다.
일찍이 이런 비판에 직면한 민주당이 또다시 '친일 인사 방지법'을 제출한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뉴라이트 논란을 일으킨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의 인선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행정부의 인사권 견제가 목적임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독도 지우기에 나섰다"며 현 정부를 '친일'로 몰아가는 행보 또한 이러한 정치적 공세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편에서 '민주화 유공자법'을 밀어붙여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법안은 민주화 운동 사망자와 부상자, 그 가족과 유가족을 유공자로 인정해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여권은 민주당 내 주류였던 운동권 세력에 '셀프 특혜'를 주는 법안으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다.
이미 관련법에 따라 제도적 혜택을 받은 사람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어 '이중 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운동권 자녀에게 특혜를 대물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제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지만,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후 같은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우리는 민주화 유공자니까 특혜는 챙기고, 우리와 생각이 다른 편은 몽땅 친일로 낙인찍고 있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처벌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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