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 차원의 금 매입에는 중국 등 비서구권 개발도상국이 적극적이었지만, 최근 탈달러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선진국들도 편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값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각) 산업진흥단체 세계금협회(WGC)의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진국 중앙은행의 60% 가까이가 향후 5년간 자산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38%보다 22%p 증가한 수치다.
당장 내년에 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선진국 비율은 13%다. 지난해 8%에서 5%p 늘어난 것이며 5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많이 사들였다. 이제 선진국들도 신흥국처럼 금 보유를 늘리는 추세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미 2년 전부터 금 매입을 늘려왔다.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은 1037t으로, 2022년 1082t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연간 매입량이다.
금 수요가 늘면서 금 선물은 4월12일 트라이온스당 2448.8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분쟁이 시작된 이후 42% 올랐다.
이에 반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보유 비중은 줄인다는 입장이다.
56%가 향후 5년 동안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이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의 46%에서 10%p 증가했다. 신흥국 중앙은행 중에서는 64%가 이 같은 견해를 밝혀 달러화 비중 축소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전세계 외환보유고 비중에서 달러화 비중은 3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1분기 59.4%에서 4분기 58.4%까지 내려왔다. 달러화 비중은 2000년 70%에 달했지만,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로화,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약 105로, 여전히 달러 패권이 유지되고 있지만, '킹달러'로 불렸던 2022년 115보다는 낮다.
올해 금값 급등에도 이처럼 금 수요가 늘어난 것은 글로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하는 동시에 금의 장기적 가치와 위기시 성과를 높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달러의 경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고 제재를 피해 러시아와 교역하려는 국가들이 각국 통화를 활용하면서 선호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비서구 국가권을 중심으로 금 매입에 속도가 붙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전쟁이 촉발되면서 위험기피심리가 한층 강해졌다.
또한 11월 대선이 치러지는 미국에서 재정지출 확대 등 달러 가치에 대한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어 일부 중앙은행은 달러 익스포저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샤오카이 판 WGC 중앙은행 팀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례 없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격변으로 중앙은행들의 눈이 금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1년 미국이 달러에 대한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후 금의 화폐 지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각국 중앙은행은 유사시 달러에 대한 대체재로 금을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가격 급등과 같은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금 매입속도가 느려질 순 있지만, 준비금 매니저들이 금을 지속적인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자산으로 인식하는 한 금 가치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제는 중앙은행들이 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달러 비관론 속 중앙은행들의 금 확보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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