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입법 폭주를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민생 법안들은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이처럼 민주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면 차기 선거에서는 지난 총선과 달리 '정반대'의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민주유공자법, 전세사기특별법, 가맹사업법 등 쟁점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킬 예정이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재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민주당이 일부 수치만 바꿔 법안을 재발의했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는 법안들의 면면을 보면 논란거리가 적지 않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해주자는 내용이지만 대상자 명단이 비공개돼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에게 정부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적용하는 전세사기특별법은 사인 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재원 마련과 형평성 문제도 거론하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같은 법안들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강행 추진으로 순조롭게 통과될 예정인 반면, 각종 민생 법안은 줄줄이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예금 보험료율 한도 기한을 연장하는 예금자 보호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어서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9월부터 예금 보험료율이 낮아진다. 이로써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료 수입이 연간 70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이차전지 등 시설 투자에 높은 세액공제율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도 자동 폐기될 위기다. 올해 일몰을 앞둔 세액공제 혜택을 2030년으로 연장하자는 게 개정안의 골자지만 민주당 측이 상정을 미루고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 규제를 완화하고 새벽 배송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민생법안으로 꼽히지만 민주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든 상황이다.
여야가 입장 차를 보인 고준위방폐장 특별법의 막판 국회 통과 여부도 주목된다.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 및 관리하는 시설을 설립하기 위한 이 법은 2030년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되는 상황에서 통과가 시급한 안건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원전 활성화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반대해왔으나, 여당과 법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30년 뒤 적립기금 소진이 예상되는 국민연금 구조 개혁안은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제자리걸음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연금개혁 합의를 위한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쟁점법안 처리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적 수단"이라며 반대했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거부하거나 민주당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불통' 이미지를 뒤집어 씌워 민주당이 여론 몰이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도 28일 본회의에서 재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 대상에는 윤 대통령도 포함됐는데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정국 흔들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아울러 민주당은 연일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마일리지가 쌓이고 있는 만큼 탄핵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를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22대 국회에서도 특검 정국을 주도하고 탄핵 몰이를 계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계속될 경우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해 상임위원장까지 전부 독차지하고 입법 폭주를 일삼았다. 그러나 1년 뒤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했다"며 "국민은 현명하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힘 자랑만 한다면 2년 뒤 지방선거에서 후과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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