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4·10 국회의원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여권에서는 당 영입 인재들의 생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입 인재들이 대부분 국민의힘 현역 의원의 지역구가 아닌 험지에 뛰어든 만큼 제22대 총선에서 불쏘시개로 쓰이고 돌아오지 못하는 '일회용'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30여 명의 인재를 영입했는데 이들 중 지역구 출마를 신청해 공천을 받은 인사는 대부분 '험지'에서 총선을 치른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과 대결하는 곳이 아닌 지역에선 단수공천, 우선추천(전략공천)으로 영입 인재들이 빠르게 지역 표심을 다지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험지에 뛰어들어 생환 희망이 적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으나 텃밭 자체가 정치 신인이 자라기에는 척박하기 때문이다.
◆당 현역 없는 험지에 뛰어든 영입인재들
영입 인재인 전상범 전 의정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재명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갑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강북갑은 정양석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재선을 지낸 곳이긴 하나, 당선됐을 20대 총선보다 낙선한 21대 총선에서의 격차가 더 커져 '진보세'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호준석 전 YTN 앵커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인 4선 중진 이인영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구로갑에서 단수공천됐다. 이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연속으로 구로갑 현역 의원으로 버티고 있다. 구로는 보수정당이 뚫기 힘든 서울 세 지역을 묶은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중 한 곳이다.
지난해 12월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영입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수원정 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하고 지역 민심을 다지고 있다. '수원벨트' 탈환을 노리는 국민의힘은 이 교수를 단수공천했다. 윤석열 정부 출신이지만 이번 총선에 맞춰 영입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 시절 국세청장을 지낸 김현준 전 청장도 각각 수원병과 수원갑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수원은 지난 총선에서 5석 모두 민주당이 차지할 정도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척박한 곳이다.
EBS 스타강사 출신 '레이나' 김효은 씨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에 전략공천됐다. 오산은 안 의원이 2004년 17대 총선부터 20년 간 내리 5선을 지낸 곳으로 민주당의 철옹성으로 꼽힌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오산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해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단수공천했으나 안 의원과 대결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패배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안 의원을 컷오프 했고, 영입 인재인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를 공천했다. 안 의원이 탈당하면 '3자 구도'로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다.
국민의힘 청년 영입 인재인 이상규 한국청년임대주택협회장, 한정민 삼성전자 DS부문 연구원도 각각 서울 강북, 경기 화성을 등 당 현역 의원이 없는 험지에 뛰어들었다.
그나마 생환 가능성이 보이는 인재는 한동훈 체제에서 처음으로 영입된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과 구자룡 비대위원 정도다. 정 전 회장은 부산 부산진구에 단수공천을 받았는데, 이곳은 당 서병수 의원이 공관위 요청으로 지역구를 옮겨 비어 있는 곳이다.
'이재명 저격수'로 불리는 구 비대위원이 도전장을 내민 서울 양천갑은 황희 민주당 의원 지역구지만 과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3선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구 비대위원은 직전 당협위원장이자 원내 인사인 조수진 의원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저력을 입증했다.
여권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영입 인재만 험지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여권 인사는 "가뜩이나 이번 영입 인재에 관심도가 낮은데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격선수 진종오 씨 등은 모두 비례대표로 빠지고 청년층과 정치신인들은 험지에서 알아서 살아오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1대 총선서도 지역구 당선자 영입인재는 영남권
지난 총선에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시절 영입된 인사들도 대부분 험지에서 살아오지 못하고 비례대표나 양지에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했다. 자유한국당 1차 영입 인재에 포함된 8명 중 윤창현 의원은 비례대표로, 양금희 의원은 대구 북갑에서 당선됐다. 2차 영입인 탈북민 출신 지성호 의원과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의원 모두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 순번을 받았다.
영입 인재 3호인 극지탐험가 남영호 씨, 4호 공익신고자 이종헌 씨, 5호 김병민 교수, 6호 신범철 박사 등은 모두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7호 허은아 전 의원, 8호 이종성 의원, 9호 전주혜 의원도 모두 비례대표로 초선 의원이 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아직 비례 공천이 남아 있다. 비례 공천과 지역구 공천은 연동되는 것"이라며 "국회에 좋은 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것까지 다 보고 나면 저희 공천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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