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총선거가 3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남의 '낙동강벨트' 지역구에서는 선거전의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전략·단수공천을 통해 후보 구도를 일찌감치 확정하면서다. 낙동강 벨트는 서울의 '한강벨트'와 더불어 총선 승패를 결정짓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엎치락뒤치락' 낙동강 벨트…여야 모두 '사활'
2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낙동강 벨트'로 일컬어지는 부산·경남의 9개 지역구에 대해 경남 김해갑과 경선에 부치기로 한 부산 사하을을 제외하고 단수 및 전략공천을 마무리했다. 장제원(3선) 의원이 불출마한 부산 사상과 사하갑을 제외하고는 당의 중진급 의원들을 전면 배치해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 내 경선지역인 부산 사상 제외하고 나머지 8곳은 후보를 모두 확정했다.
낙동강벨트는 낙동강을 둘러싼 경남의 김해갑·을, 양산갑·을과 부산의 사상, 북강서갑·을, 사하갑·을 등 9개 지역구를 일컫는다. 이들 지역은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에서도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거나 여야 간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9개 지역구 중 대진표가 확정된 곳은 ▲부산 북강서갑(국민의힘 서병수 vs 민주당 전재수) ▲북강서을(깁도음 vs 변성완) ▲사하갑(이성권 vs 최인호)과 ▲경남 김해을(조해진 vs 김정호) ▲양산갑(윤영석 vs 이재영) ▲양산을(김태호 vs 김두관) 등 6곳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북강서갑, 사하갑, 김해갑·을, 양산을 등 5곳을 차지했다. 이중 김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이고, 양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터를 잡은 곳으로 민주당에서는 '인물론'과 정치적 상징성이 센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 민주당이 '신승'을 거뒀다. 2022년 대선에서는 9곳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낙동강벨트에서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경남 김해을(48.26%)을 제외하고 모두 과반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낙동강벨트 재탈환을 위해 승부수 띄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영남권 선거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빅3' 지역구에는 당 중진들을 빠르게 재배치해 '공성'에 나섰다. 지명도 있는 민주당 현역 의원을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與, 중진 의원 전략 투입…野, 현역 배치로 '수성'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부산 진갑 지역구의 현역인 서병수(5선) 의원을 북강서갑에, 김태호(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을 경남 양산을에, 조해진(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경남 김해을에 각각 전략 공천했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갑의 경우 현역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50.58%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박민식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48.57%)과는 불과 2.01%포인트 차이였다.
경남 양산을에서는 경남도지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 의원과 민주당 현역 김두관(재선) 의원이 맞붙는다. 김두관 의원(48.94%)은 지난 총선에서 나동연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지만, 마찬가지로 득표율 격차는 1.68%포인트에 불과했다.
조 의원이 전략 투입된 경남 김해을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매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역 재선인 김정호 민주당 의원(49.67%)은 지난 총선에서 장기표 당시 통합당 후보를 8.06%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이 9개 낙동강 지역 가운데 어렵게 승기를 꽂은 곳이기도 하다.
조 의원이 '원팀'으로 뛰어야 할 김해갑은 국민의힘에서 공천 방식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김영선(5선·경남 창원 의창) 의원이 조 의원과 함께 낙동강벨트 탈환전에 참전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피력했지만 당에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민주당에서는 민홍철 의원이 김해갑 4선에 도전한다. 민 의원(51.06%)은 지난 총선에서 홍태용 당시 통합당 후보에 5.98%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뒀다.
부산 사하갑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김척수 당시 통합당 후보를 제쳤지만 득표율 차이는 0.87%포인트에 불과했다.
사하갑은 3선에 도전하는 최 의원과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이성권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국민의힘, 현역 4곳에는 '중진·신진' 함께 배치
국민의힘이 지역구인 낙동강 벨트 4곳(부산 북강서을·사상구·사하을, 경남 양산갑)은 현역 중진과 신진을 적절히 배합해 세대 화합을 내세웠다.
부산 북강서울은 지난 총선에서 현역인 김도읍(3선) 국민의힘 의원이 8.83%포인트 차로 깃발을 꽂았고, 사상구는 장 의원이 5.49%포인트 차로 당선했다.
북강서을에서는 김 의원과 변성완 민주당 후보가 경쟁하게 된다. 사상은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혁신'의 분위기를 띄웠다.
사상에는 장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단수공천을 받았고, 민주당은 김부민 전 부산시 의원, 배재정 전 의원, 서태경 전 청와대 행정관의 3인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
사하을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조경태(5선) 국민의힘 의원이 무려 20.01%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민주당은 2호 영입인재인 이재성 전 NC소프트 전무를 사하을 지역구에 전략공천했다. 국민의힘은 조 의원과 정호윤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2인 경선을 거쳐 사하을 후보를 확정한다.
경남 양산갑 지역구는 지난 총선에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14.96%포인트 차로 이재영 당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 재대결을 벌인다.
與 "정권 안정론 감지"…野 "중도층, 정권+이재명 심판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낙동강벨트 '공성'과 '수성'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지역 정가에 밝은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현역인 험지에서도 '정권 안정론'이 더 감지된다"며 "이번 총선은 지난 총선과는 달리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내리 이긴 지역구에서도 지역 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염원이 크다"며 "남은 기간 당이 실수하지 않는다면 낙동강 벨트 대부분을 국민의힘 색으로 물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중진급을 투입해도 노·문 전 대통령의 향수가 짙고 인물론이 강한 김해·양산을 비롯해 낙동강벨트 지역은 민주당이 수성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민주당의 관계자는 "낙동강벨트는 민주당에도 험지라서 대부분 비명계가 단수공천을 받았다"며 "중도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윤석열 정권과 이재명 대표, 양측에 대한 심판론이 일면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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