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의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라고 말하는 내용의 ‘딥페이크’(Deepfake·실제인 것처럼 꾸민 합성 영상·이미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 고백 연설'이란 제목의 게시글을 삭제·차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해당 영상 제작자에 대한 수사에도 나섰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경찰의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방심위는 관련 영상 23개에 대해 통신심의규정에 명시된 '현저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영상'으로 판단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틱톡 등 해당 플랫폼에 이를 요청할 예정이다.
해당 영상은 당초 딥페이크(AI로 만든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로 알려졌으나 2022년 2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시절 진행한 TV연설 장면을 짜깁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46초 분량의 영상에는 윤 대통령이 등장해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다"며 "저 윤석열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에 매달려 대한민국을 망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말한다.
방심위는 실제영상을 이용해 만든 해당 게시물이 일반인들이 실제로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신고 접수 하루 만에 긴급 차단 조치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이와 유사한 허위 영상이 유포될 경우 이번과 같은 규정을 적용해 긴급 차단 조치를 할 방침이다.
영상 제작자에겐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만약 이 같은 영상 제작 및 유포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딥페이크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사례와 수위가 낮아 방심위 등 관계 기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법과 규제가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조작된 영상 제작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 수단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딥페이크 등 조작영상은 단돈 몇 만 원으로도 쉽게 생산·유포돼 단속이 어렵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전 개인정보보호법 학회장)는 "딥페이크의 경우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실질적으로 처벌이 어렵다"며 "지금은 해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근에서야 처벌 등 규정 자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딥페이크 범죄는 일반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워 분야와 행위 유형별로 구체적으로 처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딥페이크 등이 정치에 이용되면 중도층을 중심으로 실제 여론을 바꿀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해당 범죄로 처벌된 건수는 굉장히 적은 편"이라며 "범죄를 저질러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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