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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 “의사·정부 강대강 대치 상황, 언론은 진짜 대안을 보도해달라”
▲100개 병원 8816명의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 진료 차질 사과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6415명(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하면서 "2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강조했다.
2020년에 의사들은 의사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이 추진되자 파업했다. 의대생들은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거부했다. 당시 의대생이던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의대생 국시 거부 명분이 없다며 국시에 응시했다. 그는 "2020년에도 2024년에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은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의 이익, 사회적 가치 등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현재 윤석열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 역시 2000명이라는 숫자만 있고, 공공의대 설립 등 주요한 논의가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이서영 기획국장을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이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지난 6일 정부가 매년 2000명씩 의사를 증원하겠다고 했다. 무엇이 문젠가?
"이날 발표된 건 2000명이라는 숫자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부터 의사를 계속 증원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매년 300~400명 선에서 늘리자는 물밑협의가 있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다가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이후 1000명 증원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4000명이 등장했다. 정부가 40개 의과대학에 만약 의대 증원을 하면 몇 명씩 늘리고 싶은가를 수요 조사했고, 취합해봤더니 2030년까지 최대 연 3953명 증원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그리고 나서 최근에 발표된 것이 2000명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증원할지 얘기는 이 과정에서 누락되었다. 정부의 안은 민간 주도로 공급되고 있는 시장에 대해서는 전혀 손 안 대고 의사 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거다. 의사를 대폭 늘려 놓으면 낙수효과로 의사 없다고 하는 곳에 어디든 가지 않겠냐는, 무책임한 방식의 방안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일 지역의료 강화 등을 담은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정책 발표는 공공의대와는 다른 건가?
"필수의료패키지를 보면 지역필수의사제(지역 의대에서 공부하고 지역에 남아 몇 년간 근무하는 제도), 지역인재전형 확대(해당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에게 의대 정원 배분)등이 있다. 지역인재전형은 기존에도 운영되는 제도이고, 지역필수의사제는 기존에 있던 공중보건장학제도와 비슷하다. 의사랑 간호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인데, 장학금을 줄 테니 지자체에 남아 몇 년간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간호대생은 지원이 많지만 의대생에게는 인기가 없다. 2022년 신청한 인원은 1명이었다."
▲지난 2일 동아일보 5면.
-의사들의 파업이 명분이 없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사들이 환자, 시민, 노동자와 같이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의사들도 사회를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명분을 내걸면서 파업하면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 수단을 생각할 때도 좀 더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할 수 있는데, 요구안도 없는 상태에서 가장 강경한 수단으로 바로 돌입한 것은 윤리적 문제가 있다. 문제가 있는 정부 증원안과 문제가 있는 의사 집단이 강대강 대치하고 있다. 근데 거기 알맹이가 없다."
-공공의대, 공공의료원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건가.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의사를 어떻게 늘릴 건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의사들 입장은 의사를 늘리지 말자는 거다. 의사를 공공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게 제가 말하는 거다. 지방의료원을 만들고 그곳을 충원할 수 있는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공공의대와 공공병원이 이어져서 지역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2020년에도 의사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이야기가 나오자 전공의들이 파업했다.
"현재 의사들은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공공의료시스템을 만들고 책임을 지는 정부가 있어야 한다. 평범한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들이 보건의료 시스템에 개입하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 근데 그런 게 없다. 의사 증원과 관련한 가장 큰 이해관계 당사자가 시민과 환자들인데, 당시 의사 단체들이 주장한 건 '400명 증원 전면 백지화하고 우리랑 이야기하자'는 거다. 그 이후 지금까지 의사들과 얘기한 결과가 지금까지 증원은 전혀 못 했던 거고, 공공의대는 말도 못 꺼내는 볼드모트가 되어버린 거다. 2020년엔 의사들이 이긴 거다."
-사직서 내면 시민과 환자들은 어떡하나.
"2020년 파업 때보다 강경해졌다. 파업 돌입 전에 요구사항도 제대로 논의해서 만들지 않았다. 파업의 계획이라는 게 없는 거다. 중환자실, 응급실을 비우는 강력한 수단을 선택하기 전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본다. 환자에 대한 책임보다도 의료공백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집단행동이 와해되면 어떡하나, 여론이 더 안 좋아지면 어쩌나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민들이 의대 증원 정부안과 언론 보도를 바라볼 때 주의할 점은.
"윤석열 정부의 증원안대로 의사를 늘리면 '내가 처한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사가 진짜 늘어날까?'를 생각하며 뉴스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굉장히 무계획적으로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0명을 공공의대로 전부 늘린다면 어떨지 상상해 봐야 한다. 한국은 좋은 공공병원이나 공공의대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지만, 정부가 부자감세 예산만 보건의료와 지역사회에 투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다. 공공의대는 마치 의사가 공무원이 되는 거다. 경찰 소방관과 비슷하다. 시민들이 함께 요구해야 한다. 지금 의사 증원안은 디테일이 전혀 없다. 마치 정부 쪽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지난 7일 한국일보 1면.
-언론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
"언론이 숫자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2000명은 너무 많다며 500명으로 늘릴 경우, 그 500명이 또 삼성, 아산, 세브란스 병원에 가는 의사가 된다면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나. 의료 공공성에 대해 정부가 무책임한 정도가 아니라 후퇴시키고 있다. 지금 정부 성격은 그렇다. 필수 의료 패키지도 시장방임으로 수가 인상한다는 이야기밖에 없다. 공공이라는 말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부분을 지적하면서 지역에서 나오는 공공병원 만들자는 요구와 운동도 많이 실어줬으면 좋겠다. 공공의대 이야기는 거의 보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의사들과 정부의 대치 상황이 주로 조명되고 있다. 강력한 집단과 강력한 집단의 대결 상황에서는 둘 중 하나 편을 들어야 할 것 같은 착시현상이 있다. 그런데 둘 다 틀렸다. 진짜 대안을 이야기해달라."
피해는 정부도 의사도 아니고
결국 국민들과 환자들이 보겠다는게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