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자 러시아 내 반 푸틴 세력의 상징이던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7)가 16일(현지시간) 수감 중 사망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이날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2011년 러시아 총선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설립하거나 관여한 단체 반부패재단,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본부 등을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했다.
반정부 활동을 이어가던 나발니는 2020년 8월 비행기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받다가 2022년 1월 귀국 후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고, 뒤이어 열린 2014년 기부금 횡령 등 사기 혐의 재판에서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변경되면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사기 및 법정 모욕 혐의 등으로 징역 9년, 2023년 8월에는 극단주의 조직을 만들고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
나발니의 측근들은 러시아 대통령 선거(3월 15∼17일)를 한 달 앞두고 그가 돌연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나발니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나발니의 변호사 키라 야르미시는 나발니의 사망에 관해 확인된 것이 없다며 상황 파악을 위해 교도소로 향하고 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레오니트 솔로비요프 변호사는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이틀 전(14일) 나발니를 면회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반정부 인사들과 해외 지도자들도 러시아 정부의 탄압이 나발니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지방법원은 전날 나발니가 화상으로 열린 심리에 참석했으며, 건강상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나발니는 판사에게 "당신의 많은 월급으로 나의 계좌를 따뜻하게 해달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제3 교도소가 있는 하르프 지역의 공공감독위원장 다닐라 곤타르도 "나발니에게 건강상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지역 병원 관계자는 나발니가 쓰러진 뒤 7분 이내에 구급 요원들이 도착했고, 30분 이상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면서 "사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의료진에 있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일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그렇듯 난 정말로 알렉세이의 사망 소식이 놀랍지 않으며, 격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의 국민을 공격할 뿐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발니가 사망한 제3 교도소는 추위 등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아 '북극의 늑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약 235㎞ 떨어진 멜레코보에 있는 제6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이 교도소로 이감됐다.
당시 나발니는 약 3주간 행방불명 상태였다가 나중에 이감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를 두고 나발니 측근들은 러시아 당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를 격리하기 위해 이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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