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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가 신당 한다케도 여기 사람들이 좋게 안 볼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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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가 신당 한다케도 여기 사람들이 좋게 안 볼끼다”

n.news.naver.com

지금, 대구 민심

● 딴 건 다 돼도 배신자는 용서 몬 한다
● 여우 피하려다 막무가내 범 만난 꼴
● 와 못 집어넣노, 천불 난다카이
● 일하게 할라카믄 단디 투표해야 안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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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구시내 전경. [박해윤 기자]
지난해 3·9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에서 75.14%를 득표했다. 투표장에 나온 네 명의 대구시민 중 세 명에게서 표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구에서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85만4843표를 더 받았다. 이재명 후보가 대구에서 득표한 34만5045표보다 2.5배 많다. 전국 득표율 격차가 0.73%, 24만7077표 차였다는 점에서 대구에서 거둔 압도적 득표가 ‘대통령 윤석열’ 탄생에 기여한 셈이다.

대구 민심이 정권 출범 1년 반 만에 심상치 않아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국갤럽 정례조사(10월 24~26일) 때 대구·경북(TK)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한다’는 응답이 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 ‘잘못한다’는 응답도 43%에 달했다.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뿐 아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딴살림을 차린다는 ‘신당론’이 대두한다. 여론조사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10월 30, 31일 이틀간 실시한 조사에서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가정한 물음에 TK에서 정당 지지율 30.1%를 기록, 29.8%에 그친 국민의힘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 탄생 일등 공신 노릇을 한 TK가 내년 총선에 ‘새로운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지금, TK 민심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저기 ‘윤빠’ 아줌마한테나 물어보소”

칠성시장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요즘 대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인기가 어떤가요?”

칼국수와 보리밥을 파는 칠성시장 한 식당. 긴 의자 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옆자리에서 식사 중인 시민에게 말을 걸었다.

“와요? 와 그런 걸 묻는교? 어디에서 나왔으요?”

그는 속사포처럼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대통령 지지율이 대구에서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대구시민 여론을 직접 듣고 싶어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아, 그래예. 작년만은 많이 못하지예.”

“뭣 때문에 인기가 떨어졌을까요?”

“잘 모르겠심더. 크게 잘 몬한 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딱히 잘한 것도 읖서 보이고.”

“내년 총선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벌써 총선이라예? 좀 있어 봐야 안 되겠십니꺼. 누가 나올라 카는지도 아직 잘 모르는데….”

대구 북구 구암동에 산다는 그는 “지금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칠성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말을 붙였다. 침묵의 카르텔에 빠진 듯 “몰라예” “관심 없어예”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황모 씨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시장 상인 여론이 어떠냐”는 물음에 즉답 대신 건너편 가게를 턱으로 가리키며 “난 윤통이 뭘 하든 관심 없으니 저기 윤빠 아줌마한테나 물어보소”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건너편 가게의 남모 씨는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남 씨는 속삭이듯 조곤조곤 속내를 털어놨다.

“여기 상인들은 자기 가게 장사에나 관심 있지, 정치나 선거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예. 저이(황씨)는 문팬인데, 윤통 당선된 뒤로 저리 심술입니더. 시장 좋아진다꼬 기대했다 잘 안돼 저러지 십습니더.”

남 씨는 칠성시장 상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른바 ‘문팬’이 꽤 된다고 귀띔했다. 2019년 3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칠성시장을 방문한 이후 문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른바 ‘문팬’이 크게 늘었다는 것.

당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1호’로 칠성시장을 선정한 이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삐거덕거리고 있다. 그래서 일부 상인이 반감을 갖는다는 게 남 씨의 전언이다.
 

“와 못 집어넣는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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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1월 7일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을 방문,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남 씨는 “서문시장은 여그 분위기가 많이 다를 낍니더”라며 “윤통이 후보 때부터 대구에 내려오면 서문시장을 다녀갔고, 대통령 된 뒤로도 거기만 여러 번 다녀가서 여그 (칠성시장) 상인들이 못마땅해합니더”라고 말했다.

칠성시장은 서문시장에 이어 대구에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칠성시장, 경명시장, 대성시장, 칠성꽃시장, 대구청과시장, 삼성시장, 북문시장, 능금시장, 가구시장이 군락을 이룬 종합시장이다. 이들 시장을 모두 합쳐 칠성종합시장이라고 한다.

상인들의 불만이 서울 대통령실에까지 전달된 것일까. 기자가 칠성시장을 방문한 직후인 11월 7일 윤 대통령이 칠성종합시장을 방문했다. 상인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더 열심히 일해야 되겠다는 각오가 생긴다”며 “민생경제 근간인 전통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따뜻한 정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선 때 뜨겁게 지지한 대구시민들이 윤 대통령에 대해 뜨뜻미지근해진 이유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영향을 미친 듯했다. 중앙대로에서 숙박업을 하는 60대 여성 배모 씨는 “윤통이 소탈하고 진솔한 것은 좋은데, 화끈하게 못 하는 게 영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박통(박근혜 전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잘만 구속시키더만, 이재명은 와 못 집어넣는데예. 박통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속이 디비져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 아입니꺼.”

9월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대구시내 일부 노인정에서는 “이제 이재명을 더는 안 봐도 되겠다”며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게 뭐꼬”라며 망연자실했다는 후문이다.
 

“대구 정치 확 디볐으면…”

구속은 검찰의 강제수사 필요에 의한 사법절차 가운데 하나일 뿐, 이 대표의 유무죄는 재판을 통해 가려진다. 그럼에도 대구시민 사이에서는 ‘이재명 구속=단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배 씨는 이재명 구속 불발 책임을 대구 정치인들에게 돌렸다.

“박통 구속 때 민주당 의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지 않았던가베요. 지금 대구 정치인들은 어디서 뭣들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예. 이재명 구속시키는 데 힘들 안 보태고.”

이 대표에 대한 구속 불발에 대한 실망감 외에도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수성유원지에서 동대구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택시기사 신현구(57) 씨는 윤 대통령에 대해 “야시(여우) 피하려다 막무가내 범 만난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아서 (윤 대통령) 뽑은 사람도 있겠지만서도 내처럼 야시 같은 이재명 꼴 보기 싫어가 윤통 뽑은 사람도 많다 아입니꺼”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 사람들은 남 말 안 듣는 제멋대로를 좋게 보지 않십니더”라며 “대통령 되고 나서 윤통이 달라졌다카는 사람이 많아예”라고 말했다. 신 씨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거론하며 “그기 그래 중요한 일인교”라며 “물가가 올라 먹고살기 힘든데, 우리 같은 사람부터 살게 해줘야 안겠습니꺼”라고 말했다.

사업가 김 모씨는 “개인적으로는 윤 대통령께서 자유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실제로 자유가 증진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주변 여론은 ‘이재명을 구속시키고, 문재인이 잘못한 것을 철저히 수사해 공정과 상식이 통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주변 30-40대에서는 윤통에게 실망을 표하는 이들도 있지만, 60대 이상 윗세대에서는 윤통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것 같다”고 민심을 전했다.

10월 넷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한다’고 응답한 30대는 19%, 40대는 17%에 불과했다. 잘못한다는 응답은 30대 74%, 40대 79%였다.

윤 대통령에 실망한 대구시민들이 이준석 전 대표를 대안으로 볼까. 대구에서 만난 시민들 반응은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대구 중구 김광석거리에서 만난 50대 남성 최모 씨는 “이준석 전 대표는 안 해도 될 말을 자주 하는 바람에 ‘밉생’이 됐다”고 했다. 방천시장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은 “촐싹대고 까불락거리는 사람은 별로라예”라고 했다. 사업가 김 씨도 “서울에서 살아온 이준석 씨가 대구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젊은 것만으로 대구 사람에게 인정받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는 좋은 일자리가 없어 젊은 사람들이 자꾸 빠져나가는 게 큰 문제”라며 “말싸움 잘하는 것보다 어떻게 대구 경제를 살릴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젊은 층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대구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서 만난 대학생 커플은 “정치인들이 능력 있는 젊은 사람을 키우려고 하지 않고 잠깐 쓰고 버리는 것 같아 못마땅하다”며 “이준석 같은 능력 있는 사람이 대구 정치를 확 디비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48세 남성도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대구 출신 정치인이 많았는데, 요즘은 홍준표 시장 말고 알 만한 사람이 없다”며 “고마고마한 정치인보다 이준석같이 전 국민이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이 대구에서 정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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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뉴시스]
50대 이상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50대 기업인 이모 씨는 “대구는 아직 애어른 구분하는 장유유서 정서가 여전하다”며 “이준석이 하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젊은 사람이 따지듯 얘기하는 것 좋아하는 대구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이 왜 (대구에) 몬 내려오는지 아나”라며 “대구 사람들이 딴 건 다 용서해도 배신하는 거는 절대 용서 안 한다”며 “박 대통령 끌어내리는 데 앞장섰다고 지금까지 미워하는 사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준석이가 신당을 한다케도 대구에서 쉽지 않을 끼다”라며 “대구 사람들은 자기들이 윤통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윤통 못 되게 하려고 이준석이 신당 만든다고 좋게 안 볼끼다”라고 말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대구 출신 50대 초반 여성 이모 씨는 “대한민국이 다 변해도 가장 늦게 변할 곳이 대구”라며 “좋게 말해 전통이고 나쁘게 보면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한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내년 총선까지도 쉽게 깨질 것 같지 않다”며 “이준석 도와주려다 윤석열 나빠지는 꼴은 못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할 수 있게 단디 투표할 끼다”

대구 지역 언론인 조모 씨는 “이준석 신당이 1996년 총선 때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자민련이나 2008년 총선 때 친박연대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총선 자체에 큰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지만 이준석 신당론이 국민의힘 등 여당 공천 과정에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대구는 과거 총선 때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 당 내 공천 경쟁이 본선보다 치열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는 이준석 신당론 덕분에 대구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과거처럼 조용하게 자기 사람 내려보내는 낙하산 공천은 어렵게 됐다. 인요한 혁신위가 언급한 청년전략지역이 대구에 여럿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 지역에 누가 공천되느냐에 전국적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이준석 신당론이 대구 정치판 전체를 뒤집지는 못해도 최소한 여당의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인물 경쟁력이 높은 정치 신인이 등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내년 총선 전에 신당을 창당하고 대구에 출마할 것인가. 이 전 대표는 11월 12일 KBS와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이) 50%에서 하루마다 가능성이 올라간다”며 “오늘(12일) 한 59%쯤 됐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정당의 한계성이나 문제점, 영남 중심주의의 정당 운영이 해를 끼치는 상황을 지적해 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만약 진짜 정치의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남들이 도전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12월 27일을 D-데이로 밝힌 바 있다. 2011년 12월 27일 박근혜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정치를 시작한 그가 12지간에 해당하는 시간을 보낸 올해 12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신당 창당’에 나설까.

민심 1번지로 통하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 반응은 앞부분에 언급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 윤 대통령에 대해 “여당 숫자가 적어 욕본다”며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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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에서 만난 김○○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 잘할 수 있게 내년 총선에 단디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서문시장 4지구 초입에서 어물전을 하는 70대 여성은 “야당이 자기들 맘에 안 든다고 대통령을 반대만 하고 있지 않으냐”며 “대통령으로 뽑아놨으면 일 잘할 수 있게 도와줘야 안 되겠나”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 산다는 60대 여성 김○○ 씨도 “문재인이 어지럽힌 일 바로잡느라 윤 대통령이 욕본다”며 “여당이 대통령을 도와줘야 하는데, 뭣들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재명 사건도, 돈 봉투 사건도 국힘 의원들이 앞장서 비판해 줘야 하는데, 제 목소리 내는 사람 하나 못 봤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 윤 대통령이 일할 수 있게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번 배신한 사람은 또 배신한다”며 “친구 사이에도 마음속으로 제껴놓고 안 만나는 사람 있는 것처럼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제껴놓는 게 낫다”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정권 잡았다케도 숫자가 없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읖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 바짝 차리고 단디 투표 안 하면 험한 꼴 다시 볼 수 있데이”라며 “좋든 싫든 대통령을 확실히 밀어줘야 안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시민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현역 대구 국회의원들은 안팎으로 치받히는 샌드위치 신세가 된 모습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영남 스타 중진 수도권 차출론’에 이어 이준석 신당론으로 인물교체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천 경쟁에 내몰렸다.

12개 선거구가 있는 대구는 어느 선거구도 현역 의원이 안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성구갑 주호영 의원이 5선으로 최다선을 기록 중이고, 서구 김상훈 의원과 달서구을 윤재옥 의원이 3선이다. 달성군 추경호 의원과 동구갑 류성걸 의원이 재선이고, 나머지 의원은 21대 총선에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다.

대구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선거구가 조정된 이후, 21대 총선 때는 12개 선거구가 그대로 유지됐다. 올해 7월 1일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되면서 내년 총선 전 선거구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거나 근접한 동구갑과 달서구병은 선거구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중구남구의 경우 곽상도 전 의원이 대장동 사건으로 사퇴하면서 지난해 3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남구청장 출신 임병헌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했다. 임 의원이 내년 총선에 재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출마했다가 2위로 낙선한 권영현 전 국민의힘 후보와 대구지검장 출신 노승권 변호사의 경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보궐선거에 출마한 백수범 변호사와 21대 총선에 달서구을에 출마했으나 중구남구 지역위원장에 임명된 허소 전 민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이 공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갑은 재선 류성걸 의원에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신효철 지역위원장과 서재헌 민주당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강대식 의원이 버티는 동구을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유종국 지역위원장과 임대윤 전 동구청장이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동구을 지역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과거에 살던 맨션이 위치한 탓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의 출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노 이사장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정치통합분과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영남 중진 차출론 + 청년전략지역

서구는 19대 총선 이후 내리 3선을 기록한 김상훈 의원이 4선에 도전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상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3연임한 류한국 서구청장의 출마 가능성과 함께 손창민 위덕대 부총장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오세광 지역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구 지역 한 언론사 간부는 “인요한 혁신위가 제안한 영남 중진 차출론과 청년전략지역이 현실화한다면 3선 이상 다선 중진이 포진해 있는 지역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성갑과 함께 서구가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총선에 곽상도 의원이 재선했던 중구남구도 청년전략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구갑 지역은 현역 양금희 의원의 재선 도전에 전광삼 대통령시민소통비서관, 박준섭 변호사가 당내 경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에서는 이헌태 국립해양과학관 상임이사가 재도전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북구을은 현역 김승수 의원에 이달희 경상북도 경제부지사와 함께 지난해 지방선거에 3연임한 배광식 북구청장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신동환 지역위원장의 출마 가능성과 함께 20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이곳에서 당선한 바 있는 홍희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성구갑에서는 대구 최다선 5선 주호영 의원이 6선 도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김부겸 전 총리에 이어 수성구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민구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이 22대 총선에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주 의원이 내년 총선에 6선 고지를 밟는다면 국회의장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다만 국민의힘 혁신위가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등장한 상태다. 일각의 관측처럼 청년전략지역으로 수성갑이 지정될 경우 선거 구도 자체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성구을은 이인선 의원의 재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 출마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김용락 지역위원장이 지난해 6월 보궐선거에 이어 리턴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달서구갑은 홍석준 의원이 재선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권택흥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달서구을은 여당 내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에 맞설 마땅한 도전자가 없어 무난히 4선 도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김성태 지역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달서구병은 김용판 의원의 재선 도전에 권영진 전 대구시장의 출마 선언으로 ‘판’이 커진 상황이다. 더욱이 지역구 조정 대상 지역이라 선거구 획정 과정에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권 전 시장은 대구시장 재임 때 신청사 후보지로 달서구병 지역을 지정한 바 있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이준혁 지역위원장, 김대진 전 시당위원장, 권오역 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달성군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선을 기록한 지역으로 추 의원이 부총리에서 물러나 3선 준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전유진 지역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나의 소원은 꼭 들어준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 [박해윤 기자]
10월 31일 오후 대구 팔공산. “하나의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신화가 깃든 갓바위를 찾아 저마다의 소원을 빌려는 시민 발길이 이어진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왔다는 50대 부부는 “수능을 앞둔 아들의 합격을 기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동현 씨는 “대구 혁신도시에 있는 공기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꼭 합격하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웃었다. 경북 경산에서 왔다는 60대 자매는 “투병 중인 부모님 건강을 빌러 왔다”고 했다. 갓바위 주변에는 ‘고시 합격’ ‘결혼 성공’ ‘교사 임용’ ‘건강 회복’ 등 저마다의 소원을 적어놓은 ‘등불’을 밝힌 이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혹시 ‘총선 당선’이라고 적힌 촛불이 있을까 싶어 한참을 찾아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 대구시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것처럼 또다시 여당에 표를 모아줄까.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까. 팔공산 갓바위는 저마다의 소원을 비는 시민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해용 국민의힘 혁신위원
“尹 지지 철회가 아니라 유보… 지지율 곧 반등할 것”

정해용 국민의힘 혁신위원. [박해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초임 검사 시절 단골집이던 국일따로국밥에서 만난 정해용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우선으로 국정 방향을 바꾼 만큼 대구에서 지지율 반등이 곧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지냈다.

대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 50% 이하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지를 ‘철회’했다기보다 ‘잠시 유보’한 것이다. 민생 우선으로 국정 방향을 바꾼 만큼 지지율이 곧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락이든 유보든 지지율이 낮아진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이념 바로 세우기는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불필요한 이념 논란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피로감이 쌓였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에 대한 피로감까지 맞물리면서 시민들께서 지지를 ‘일시 유보’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이상 폭등한 집값이 현재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는데, 집값 하락으로 인식돼 현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10월 넷째 주(24∼26일) 한국갤럽 조사 때 대구경북에서 49%로 떨어졌던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11월 둘째 주(7∼9일) 조사에서는 55%로 상승 반등했다.

대구 정치권에 대한 시민 여론은 어떤가.

 “‘서울 가서 뭐 하노’라며 정치적 비중이 약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혁신위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있나.

 “국민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쇄신책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당의 화합과 단결이 중요하다. 혁신위가 제 구실을 못하면 내년 총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1호 혁신안으로 당내 통합을 위한 ‘징계 철회’를 지도부에 요구해 관철했고, 2호 안건으로는 영남 스타 중진 수도권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요구했다. 3호 안건으로는 ‘청년’ 비례대표 50% 공천 의무화를 제시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대구 경북을 기반으로 한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타깝지만 유승민 전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 대구에서 민심을 얻기 힘들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한때 많은 대구시민의 기대를 받았다. 그런데 대선 이후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도와줘야지 비판만 해서 되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이 늘었다. 특히 윤리위 징계 과정에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정치적으로 수긍했어야 한다는 분이 많다. (이 전 대표가)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을 보고 ‘볼썽사납다’며 기대를 접은 분이 많다. 대구시민들은 이 전 대표에게 ‘총부리를 다른 쪽으로 돌리라. 그 똑똑한 머리로 대통령 말고 이재명 비판하는 데 쓰라’고 말씀한다.”

내년 총선에 대구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국민의힘이 혁신을 잘하면 계속 지지해 주시겠지만, 성에 차지 않으면 비판하실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혁신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예정인가.

 “내년 총선 공천은 우리 당의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 가장 좋은 기회다. 국민이 원하는 혁신 공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다양한 혁신 방안을 마련해 당 지도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구 여론은 어떤가.

 “의혹이 그리 많은데도 어찌 그리 뻔뻔할 수 있느냐며 ‘징그럽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민주당을 남의 자식 보듯 하지 마이소”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박해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 때 수성갑에서 김부겸 후보가 당선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21대 총선에선 12개 의석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싹쓸이하면서 대구는 또다시 민주당의 불모지가 됐다. 내년 총선에 ‘어게인 2016’을 만들어내기 위해 총선 표밭갈이에 한창인 강민구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을 대구에서 만났다.

강 위원장은 2014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최초로 수성구의원에 당선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는 대구시의원에 당선했다. 민주당 후보로 대구에 출마해 50% 이상 득표한 이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강 위원장이 유일하다. 강 위원장은 20대 총선에 김 전 총리가 당선했던 수성갑 지역구를 물려받아 내년 총선에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총선을 5개월 앞둔 현재 대구 민심은 어떤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실망한 시민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에도 대구에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는 못한 모습이다.

 “우리가 극복해 나가야 할 숙제다. 대구 정서는 국민의힘은 ‘내 새끼’로 보는데, 민주당은 ‘남의 자식’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시민들께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을 남의 자식 보듯 하지 마이소. 둘째 아들로 대해 주이소.’”

이준석, 유승민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준석 신당은 몰라도 유승민 신당은 어려울 것이다. 대구 사람들은 한번 배신한 사람을 다시는 쳐다보지 않는다.”

이준석 신당이 출현하면 내년 총선 구도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찻잔 속 미풍에 그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태풍처럼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겉으로 봐서는 국민의힘이 분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면 기성 정치권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당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객관적으로 아직 열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작년 8월 1만4000명이던 권리당원이 1년 만에 2만2000명으로 8000명 늘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5만7000명 수준인데, 2분의 1 수준까지 올라섰다. 정당 지지율도 과거에 비해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내년 총선에 해볼 만한 지지 세력을 구축한 셈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대구시민들이 어느 한쪽에 의석을 몰아주는 것보다 민주당에 기회를 주는 것이 대구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신동아 12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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