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빈 만찬에 히딩크 참석…尹 "월드컵 4강 신화의 중심"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국빈 만찬에서 양국이 이어온 오랜 교류사를 언급하며 "관계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저녁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는 네덜란드 측에서 마크 루터 총리를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 및 왕실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고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자리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측에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사절단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알렉산더르 국왕의 국빈 초청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조선 후반기 박연과 하멜에서 시작된 양국의 오래된 인연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6·25 전쟁 당시 네덜란드가 신속하게 5000명 장병의 파병을 결정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며 "전쟁 속에서 피로 맺어진 우정을 토대로 양국은 그동안 굳건하고 다층적인 협력을 발전시켜 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히딩크 감독을 호명하면서 "2002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 4강 신화의 중심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계신다"고 언급했고 히딩크 감독이 일어서자 만찬장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박지성 선수의 유럽 커리어의 시작과 끝은 바로 네덜란드 리그였다"면서 "저는 중학생 시절이던 1974년 월드컵 때 '오렌지 군단'의 돌풍을 일으켰던 요한 크루이프에 열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교역량은 역대 최대치인 160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제 반도체, 원전, AI, 디지털과 같은 미래 산업 분야로 양국의 협력이 확장되고 있다"고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과 네덜란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글로벌 자유 연대를 이끌어갈 가장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알렉산더르 국왕도 만찬사에서 윤 대통령의 방문에 사의를 표하며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네덜란드의 한국전쟁 파병을 언급하면서 "내일 우리는 여전히 자부심을 갖고 한국전쟁 참전용사라 하는 분을 만날 것이다. 당시 형성된 관계는 지금도 양국을 결속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또 이날 윤 대통령과 함께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소재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 본사를 방문한 것을 언급하면서 "양국은 불안정한 세계 정세 속에서 서로 협력해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한민국은 네덜란드에게 더 이상 멀리 있는 낯선 나라가 아니다"라며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 등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평가했다.

한편, 알렉산더르 국왕은 이날 만찬사를 시작하면서 한국어로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만찬사를 마쳤다. 윤 대통령도 답사를 시작하며 네덜란드어로 "후던아본트(Goedenavond·저녁 인사말)"라고 화답했다. 또 답사를 마치면서 "프로스트(Proost·건배)"라고 건배를 제의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