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서 잦은 눈물을 보이는 것에 대해 미국의 한 매체가 '독재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0일(현지시간) "김정은이 최근 관영 언론을 통해 방영된 연설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이는 김정은이 주민들 앞에서 운 여러 사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가장 최근 공개 석상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지난 3일 11년 만에 개최한 제5회 전국 어머니대회에서였다. 김정은은 이날 리일환 노동당 비서의 대회 보고를 듣던 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고, 해당 장면이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화면으로 공개됐다.
당시 김정은은 북한의 출생률 감소 문제를 언급하며 애국적인 의무의 한 형태로 여성들에게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을 촉구했다. 북한 합계출산율은 1.0명을 밑돌고 있는 한국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김정은의 눈물은 독재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피지배자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독재자는 흔치 않으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도 국민 앞에서 우는 것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큼 드물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정은이 어머니대회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어머니와 여성의 역할을 극적으로 부각하고 출산을 독려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라며 "(김정은의 잦은 눈물 행보에) 어머니를 둘러싼 그의 개인사와 연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는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9살 때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왔다.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고수해 온 북한의 집권 체계에서 일본 출신인 그의 생모는 김정은에게 콤플렉스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2011년 부친 김정일의 장례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열린 열병식 연설에서는 나라를 위한 자신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면서 눈물을 훔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18년 북한 사정에 밝은 탈북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노동당 고위 간부들 앞에서 북한의 허약한 경제를 개선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자신의 스승으로 알려진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비통한 표정으로 울먹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독재자 가운데서는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비공개적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는 소문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선 도전 당시인 2012년 3월 대선 투표 직후 지지자 10만여명이 모인 집회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눈물을 흘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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