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결단을" vs "국민의힘 단결을"… '김기현 사퇴론' 시끄러운 與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주류 혁신안'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기 종료한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기현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집안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나오는 동시에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는 옹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의 '주류 희생안'에 대한 김 대표의 적극적인 호응을 압박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혁신위 헌신적인 노력에도 우리 당 지도부가 그에 걸맞은 호응을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이 매우 뼈 아프게 다가온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어놨단 말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언급하며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대한민국 지성인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단 건 의로움을 잊어버린 현재 정치권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3·8 전당대회 공약을 언급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당시 김 대표는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로 끌어올리겠다며 '5560 비전'을 제시했다.

하 의원은 "5560 약속을 지키는 길은 김기현 대표가 자진사퇴하는 길뿐"이라며 "바닥인줄 알았던 우리당 지지율은 지하1층을 뚫고 지하 2층, 3층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 과반의석은 고사하고 100석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이 사태의 제일 책임은 김기현 대표에게 있다. 수직적 당청관계로 우리 당을 좀비정당으로 만들었고 수술하러 온 인요한 혁신위의 메스를 빼앗고 수술대에서 내쫓았다"고 날을 세웠다.

하 의원은 같은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전화 인터뷰에서도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진다"며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진구갑을 지역구로 둔 5선 중진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인요한 혁신위원회 실패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는 전조"라고 쏘아붙이며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김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팽팽히 맞섰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 회의에서 "소위 당내 중진이란 분들이 당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봤다"며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만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냐. 그럼 누가 당 대표가 돼야 총선에서 이긴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당 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너도나도 싸우며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대안도 없는 주장으로 자중지란 일으키지 말고, 김 대표를 중심으로 모두가 심기일전해 똘똘 뭉쳐야 한다. 부디 모두가 자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가람 최고위원도 힘을 보탰다. 그는 "혁신안을 거대한 정당에 잘 접목시키는 것은 오히려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남은 절반의 완성을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비판하는 일부 의원이 있다"며 운을 뗐다.

김가람 최고위원은 하 의원과 서 의원을 정조준해 "특히 그런 비판은 주로 우리당의 가장 따뜻하고 편한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부산에서 5선을 채우고 부산시장을 지낸 분이나 해운대에서 3선을 하고 호기롭게 서울로 오더니 우리 당 현역 의원의 지역을 탐하는 분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김 대표를 엄호하는 목소리는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도 계속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 채팅방에서 '김기현 책임론'을 제기한 하 의원과 서 의원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강민국 의원은 "당을 향한 '내부 총질'만이 혁신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비대위를 꾸린들 과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단 말이냐"며 "소속 정당에 '좀비 정당'이라는 망언까지 해가며 당을 흔들려는 자가 '진짜 X맨'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춘식 의원은 "'자살특공대, 불난 집에 부채질, 끊임없는 지도부 흔들기'가 요즘 국민의힘을 향해 쏟아지는 포화"라며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흔들림 없는 단합과 충정으로 오직 국민의 편에 바로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