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등 김명수 체제에서 불거진 사법부의 심각한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지연의 원인은 어느 한 곳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법원 구성원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법원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대법원장으로서 재판 제도와 사법 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잘 살피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김명수 전임 대법원장 체제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법관 인사제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조 대법원장은 "업무 환경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 운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관 증원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보좌관과 참여관 등 법원 공무원의 전문성과 역할을 강화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법원장후보추천제의 추천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거나 고등법원 부장판사들도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면적인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장후보추천제는 김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사람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로, 사실상 인기 투표로 전락해 사법시스템을 뒤흔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전 대법원장은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좌파 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을 요직에 대거 등용하고, 특정 정파를 위해 고의적으로 정치 사건 재판을 질질 끌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의원 재판은 1심 판결까지 각각 3년 9개월, 2년 5개월이 걸렸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도 3년 10개월이 소요됐다. 그 사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의원도 항소심을 고려하면 임기를 채울 공산이 크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의원도 3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면서 임기의 80%를 채웠다. 하나마나 한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기소 1년 3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다.
김 전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취임하며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은 2017년 5345건에서 2022년 1만4428건으로 무려 3배가량 증가했다. 또 김 전 대법원장이 과거 임명제청한 13명의 대법관 중 6명은 뚜렷한 좌파 성향을 보인 인물들이었다.김선수 대법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한 전적이 있으며, 김상환·오경미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졌다. 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고, 민유숙 대법관도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이로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좌파 성향으로 기울어졌고 평가받았다.
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김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2018년 2월부터 3년간 재임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건 등을 맡은 주요 재판부에 특정 부장판사들을 유임시키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전임 대법원장 체제의 6년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대법원장 체제는) 한마디로 정말 악몽이었다"며 "예전에는 판사들이 재판을 빨리하라고 변호사들을 다그쳤는데, 김 전 대법원장이 임명되고 나서는 오히려 변호사들이 판사들한테 빠른 재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6년 동안 무너진 사법신뢰를 회복시키고 사법부를 다시 정상 가동시킬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12/11/20231211002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