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은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역사상 최초로 전격 해임했다. 차기 하원의장 유력 후보와 선출시기가 불분명하고 당내 내분이 격화할 수 있는 만큼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하원은 3일(현지시간) 전체 회의를 열고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채택했다.
현재 공석 2석을 제외하고 총 433석인 미국 하원은 공화당이 221석 대 212석으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매카시 하원의장을 반대하는 공화당 내 강경 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를 비롯한 당내 강경파가 20명뿐인데다 민주당에서 기권표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해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해임결의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을 비롯해 앤디 빅스·일라이 크레인(이상 애리조나), 켄 벅(콜로라도), 팀 버쳇(테네시), 밥 굿(버지니아),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맷 로젠데일(몬태나) 등 당내 강경파 8명에, 찬성 당론을 정한 민주당 의원들이 기권표 없이 전원 가세하면서 해임안이 통과됐다.
당내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과 민주당의 '결탁'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의 축출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막기 위해 민주당·공화당 내 다수와 45일짜리 임시예산안 통과를 밀어붙임으로써 민주당과 결탁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최근 추진한 바이든 대통령 탄핵조사에 불만을 품고 해임 찬성으로 당론을 모았다. 매카시 의장이 임시예산안 통과에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만 부채한도 협상 당시 자신이 했던 약속을 뒤집고 상황을 셧다운 위기까지 몰고 간 잘못이 있다는 '책임론'도 내밀었다.
사상 초유의 해임안 가결로 공화당은 소수 강경파, 그리고 매카시 의장을 지지해온 다수파 사이의 내분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대치도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순에 임시예산안 유효기간이 끝나고 또다시 셧다운 위기가 고조되면 내년도 예산안과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하원의장 직무대행은 매카시의 최측근인 패트릭 맥헨리(공화·노스캐롤라이나) 금융위원장이 당분간 맡게 됐지만, 그의 권한은 차기 의장 선출 등 행정적인 업무 외에는 제한적이다.
켈리 암스트롱(공화·노스다코타) 하원의원은 기자들에게 "(맥헨리의 주 임무는) 우리에게 새 의장을 구해주는 것"이며 이를 넘어선다면 맥헨리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차기 의장을 조속히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해임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이 조속히 의장을 선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매카시 의장의 후임으로는 의장대행을 맡게 된 맥헨리 의원, 그리고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톰 에머 원내총무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유력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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