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문 없고, 당론도 아니고, 조건부로… 민주당, 불체포특권 꼼수 포기

더불어민주당이 18일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총의를 모았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제안한 지 25일 만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라는 단서를 달았다. 여권에서는 "민주당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불체포특권은) 의원 개인의 신상을 위한 게 아니라 입법부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부당한 행정 권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이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 또 민주당이 회복해야 할 도덕적인 정당이라는 위치, 이런 점을 고려해 당이 이런 결의를 하는 것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에 대해선 "국민의 눈높이가 기준"이라며 "국민이 볼 때 특별히 이례적으로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당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절차를 묻는 질문에는 "당내 기구를 만들 일은 아닌 것 같고, 추후 체포동의안이 올 경우 사전 의총에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모을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는 당초 혁신위가 제안한 '서약서 제출'이 생략됐다. 당론 결정이나 결의문 채택 등의 절차도 없이 '대변인 브리핑'만 있었다.

또 민주당은 혁신위가 요구했던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하지 않았다. 이에 김 대변인은 "이런 부분은 과거에도 꼭 공식 추인 절차를 거치진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영장 청구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내세운 '국민 눈높이'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과거 노웅래·이재명·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부결을 주도했다. 향후 자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올 경우에도 자의적 잣대를 적용해 '방탄'을 할 가능성이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민주당의 어정쩡한 결정에 대해 "입맛대로 골라 불체포특권 포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민주당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은 '정당한 영장'이 아니었나? 돈봉투 전당대회와 관련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영장은 '정당한 영장'이었나"라며 "야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모두 정치보복이고 야당 의원에 대한 영장은 모두 검찰이 쓴 소설인데 민주당에 '정당한 영장'은 결국 '남의 당 의원에 대한 영장'을 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쇄신도 아니면서 방탄인 것도 같은' 아리송한 정치로 국민을 현혹하는 행태를 이제는 그만두기 바란다"며 "혁신은커녕 구태도 벗어 던지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국민들은 '결별'을 선택할 것이다. 그 끝이 민주당의 생각처럼 '유쾌한 결별'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던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말과는 달리 민주당은 제 손톱도 못 깎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당한 영장'일 경우 불체포특권 포기한다는 말은 결국 정당할 땐 방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쁜 짓 많이 해서 국민들이 꾸중하고 있는데, '나쁜 짓을 안 하고 싶을 때는 나쁜 짓 안 하겠다'는 걸 반성문으로 제출한 셈"이라며 "이런 반성문이면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추가 양형에 처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 혁신위는 이날 의총 결과에 대해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하여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당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민주당의 모든 의원이 불체포특권 포기에 의견을 모은 것은 혁신을 위한 내려놓기의 시작이며, 앞으로 실천을 통해 보여주실 것을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