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까지 정치 시사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오면서 정치인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유목민형 정치인과 정주민형 정치인이다. 중국사를 배운 사람이면 유목민족과 정주민족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 수나라, 송나라, 명나라 같은 한족 국가가 정주민족,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 같은 이민족 국가가 유목민족이다. 정주민족은 농경을 토대로 발전하여 대대로 그 터전에서 농사를 지어오면서 살아왔고 유목민족은 목축을 토대로 발전하여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살아왔다. 오늘날에는 아프리카 오지 쪽이 아니면 대부분 정주민족으로 살아오고 있고, 몽골 같은 전통 유목 국가도 현재는 근대화가 많이 진행되어 대부분 정주공간을 갖고 산다.
여기서 비유하여, 여러 지역구에 두루 연고가 있어 여러 지역구를 섭렵한 정치인을 유목민형 정치인, 한 지역구에 다이묘로 눌러앉은 터줏대감 정치인을 정주민형 정치인이라고 이름 지었다. 홍준표 시장님은 송파갑, 동대문을에서 도합 4선 국회의원을 지내시고 귀향하여 재선 경남지사를 지내시고 다시 대구 수성을로 올라와 5선 국회의원이 되시고 바로 대구시장까지 되셔서 헌정사상 최초의 복수 광역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으셨다. 아울러 비수도권 광역단체장들 중 그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본 적 없이 수도권 국회의원만 하고 바로 내려와서 당선되신 첫 번째 비수도권 광역단체장이시기도 하다. 홍 지사님 이후에 이 타이틀을 얻은 사람이 권영진 대구시장(서울시 국회의원), 원희룡 제주지사(서울시 국회의원), 김영환 충북지사(경기도 국회의원)다. 즉 홍 지사님 이전의 광역단체장은 그 지역에서만 국회의원을 했거나 아예 해본 적이 없으면 없었지 수도권 국회의원 경력만 가지고 비수도권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사례는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홍 지사님은 최초의 국회의원 경력자 출신 경남지사이시기도 했다. 아무튼 그만큼 홍 시장님이 여러 지역에서 오로지 능력만 가지고 당선되실 정도라는 뜻이리라. 이로 미루어보면 홍 시장님은 유목민형 정치인임이 확실하다.
반면 홍 시장님과 똑같이 민선 8기에서 최초 타이틀을 얻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홍 시장님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정주민형 정치인이다. 헌정사상 최초의 4선 광역단체장, 서울시 초선 국회의원, 서울 토박이. 그는 서울 외의 다른 지역에는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이다. 그외에도 4선 이상을 한 지역구에서만 주구장창 해온 사람들은 정말 많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은 대부분 그 지역에 정주하면서 지역 유지와 양으로 음으로 유착 관계를 맺고 토호로 성장해오곤 한다.
그러면 유목민형 정치인과 정주민형 정치인 중에는 누가 대권주자로 더 적합한가 하면, 필자는 두말없이 유목민형 정치인을 꼽는다. 대통령은 한 지역만 깊게 알아서는 안된다. 당연히 여러 지역을 두루 잘 알아야 하고 어떤 지역의 토착세력과 유착 관계를 맺어서도 안된다. 그래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 대개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조직표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정주민형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현실이다. 유목민형 정치인처럼 여러 지역에 두루 능한 사람이 가장 훌륭한 대권주자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헌정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정주민형 정치인들이었다. 노태우는 전국구 국회의원 1번만 하고 나머지 정치 경력은 모두 내각에서 쌓아 당선되었고 김영삼은 초선 1번만 고향 통영에서 당선되고 그 뒤로는 쭉 부산 서구와 전국구에서만 당선되었으며 김대중은 초선을 인제에서 당선됐지만 5.16 때문에 12시간 만에 의원직을 박탈당해 초선으로는 한 게 없고 나머지 2번을 전남에서, 나머지 3번을 전국구로 했다. 그나마 노무현은 초선을 부산 동구에서, 재선을 종로에서 하고 부산시장에도 도전한 적이 있어 부산에서 서울로 연고를 옮긴 적이 있지만 종로는 연고지를 옮겼다고 보기에는 워낙 정치적으로 중심인 곳이라 이것만 보고 유목민형 정치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명박은 포항에서 상경한 이래 서울시 국회의원과 서울시장만 해서 서울에서만 줄곧 터를 닦아왔으며 박근혜는 대구 달성에서만 4선, 나머지 1번은 비례로 당선된 완전히 안방 챔피언이다. 문재인은 부산 사상에서 딱 1번 배지를 달았으며 윤석열은 서울 토박이였다.
그렇다보니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지역균형발전의 실질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모두 서울 중심 사고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홍 시장님은 서울, PK, TK에 사모님이 전북 부안 출신이라 호남과도 깊은 인연이 있어 그야말로 팔도강산 곳곳에 그 발자취가 다 남아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시대, 더 이상 자기 지역 터줏대감만 맹목적으로 지지해서 뽑아대는 무지성은 근절되어야 하며 지역민들을 두루 알 수 있는 인재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때가 왔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대권주자로는 홍 시장님 외에 적임자가 단 1명도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