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국제기구 제소 절차를 취하했다.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기 위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진행한 결과, 일본 측이 수출관리 운용변경을 통해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등 3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수출규제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 경산성은 2019년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 폴리이미드, EUV 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한달 후인 8월 28일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같은 해 9월 11일 일본의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WTO에 제소했다.
우리나라의 화이트리스트 재지정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출규제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판단으로 해제가 가능하지만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내각의 의결 사항이라서다. 양국은 이날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서도 조속한 원상회복이 되도록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양국의 이같은 조치는 미·중 갈등과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블럭화가 심화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시작됐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네덜란드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 통제에 이어 범용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도 수출통제 절차를 밟고 있다. 일본도 미국의 요청으로 반도체 관련 수출통제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이 반도체인 만큼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해 공급망 재편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구비서류가 간소화되고 허가 기간이 단축되는 등 절차적 부담이 완화되고 기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며 "또 양국이 신뢰구축의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한일 경제협력과 글로벌 공급망 공조를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화이트리스트 변경은 양국이 각각 취한 조치로서 제도를 변경하려면 법적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본은 우리나라의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정령을 각의에서 의결해야하고 우리도 고시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현금(국제기구 제소 절차를 취하했다) 지급했는데
일본은 어음(조속한 원상회복이 되도록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발행한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