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22/10/898745/
메르켈은 우리 시대에 가장 위대한 여성 정치인이었다. 그보다 뛰어난 성취를 보인 남성 정치인을 알지 못하므로 '여성'이란 수식은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위대함의 광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빛을 잃었다.
유럽에 겨울이 닥쳐오고 있다. 지난여름부터 유럽은 다가올 겨울이 혹독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유럽 1등 국가 독일이 특히 떨고 있다. 메르켈은 원전 문을 닫고 빈자리를 값싼 러시아 가스로 채웠다. 러시아 가스는 더 이상 싸지 않다. 푸틴은 여차하면 가스 밸브를 잠글 태세다. 그 공포의 값은 독일의 숨통을 조일 만큼 비싸다.
메르켈은 푸틴의 '금맥'이었다. 독일이 푸틴에 지불한 가스대금이 탱크가 되고 미사일이 되어 우크라이나를 덮쳤다. 크림대교 공격에 분노한 푸틴이 10일 키이우 등에 날려 보낸 84발의 미사일에도 그 돈이 섞여 있다. 그렇다. 메르켈에게는 악당 푸틴과 거래해 유럽을 위험에 빠뜨린 업보가 있다. 위대한 인간은 악당과 싸우고 범상한 인간은 악당에게 아부한다. 히틀러를 대하는 태도에서 처칠과 체임벌린의 '급'이 갈렸다. 메르켈은 21세기의 처칠인가, 체임벌린인가.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뻔했다. 문재인 정권은 원전의 대안으로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공을 들였다. 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을 놓아 러시아 가스를 들여오는 사업 말이다. 무려 두 곳의 '불량 국가'를 경유하는, 우리 시대 가장 천방지축인 독재자 2명에게 국가 에너지 대계를 맡기는 이 사업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보다 최소 2배 위험하다. 그 아이디어의 기원은 노태우의 북방정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후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이 공상에 탐닉했다. 북한은 가스 통과로 떨어지는 달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만에 하나 북한이 밸브를 잠그려 해도 러시아가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합리적 공상'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합리적 기대는 합리적 체제에서만 유효하다는 자명한 사실을 일깨운다. 핵의 사용은 모두를 공멸케 한다는 '상호확증파괴'에 대한 두려움이 냉전 이래 핵전쟁을 막아 왔다. 소련은 그랬는데 지금 러시아는 알 수 없다. 감정에 지배되고, 가진 것을 잃느니 죽음을 더 편안해할, 늙고 병든 독재자는 '공포 불감증'을 앓고 있지 않을까. 체제 집단지성은 멈춘 지 오래다. 개인의 충동 앞에 핵 단추가 이처럼 무방비하게 노출된 적이 푸틴 전에 있었나. 10일 키이우에 떨어진 미사일 탄두는 핵이 아니었다. 내일도 아니리란 보장은 없다.
미국이 위대했던 시대가 있었다. 국제정치 전문가 로버트 케이건은 "2차 대전 후 국제사회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혁명은 독일과 일본이 독재적 군사강국에서 평화롭고 민주적인 경제대국으로 변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험국가' 독일과 일본을 착한 이웃으로 만든 것은 주독·주일미군과 달러의 힘이었다. 그 미국이 소련 붕괴 이후 '역사의 종언'을 믿고 싶어한 것, 자유전사의 소명에 넌더리를 낸 결과가 지금의 세계다. 푸틴이 유럽을 겁박하고, 1인 독재로 회귀한 중국이 주변국에 군림하고, 그 치마폭 뒤에서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세계. 케이건 표현으로는 '밀림의 귀환'이다.
'정글로 돌아가는' 세계를 멈추기 위해 인류는 다시 자유의 성전을 시작해야 한다. 세계는 자유 인센티브가 작동할 때 안전하다. 러시아 국민들이 자유 러시아가 더 번창한다고 확신할 때 푸틴 독재는 끝날 것이다. '독재로 1등 국가가 되겠다'는 중국의 실험이 실패하면 시진핑도 끝난다. 중국이 성공하면 인류는 새로운 '중세'로 접어들게 된다. 자유세계의 은덕을 입은 한국은 세계에 진 빚을 갚을 의무가 있다. 민족을 앞세워 악당과 손잡아서는 안 되고 중국 경제를 의식해 자유가치 동맹에서 이탈해서도 안 된다. 자유진영의 영웅으로 부상한 젤렌스키가 지난달 연설했다. "너희가 없으면 가스도 없다고? 너희 없이 살겠다. 너희가 없으면 빛도 없다고? 너희 없이 살겠다."
그저 메재앙ㅋㅋ
메르켈도 못한게 많지 가스랑 전기비 줄이는거 같은 세금문제는 해결 못함
푸틴에 꼼짝 못하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