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547763
“심심한 사과” 업체 측 온라인 공지글에
“하나도 안 심심하다” 등 비판글 쏟아져
누리꾼들 “실질문맹률 높다는 것 실감” 반응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심심한 사과? 진짜 XXX들 같다.”
지난 20일 한 콘텐츠 전문 카페가 올린 트위터 공지글에 이 같은 지적들이 쏟아지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또 ‘어휘력 논란’이 불거졌다.
이 카페는 한 웹툰 작가 사인회의 예약 오류에 대해 사과하면서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이 공지글에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욕설 등과 함께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공지글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올리는 게 어떨까요”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줌” “이것 때문에 더 화나는데 꼭 ‘심심한’ 이라고 적어야 했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로 ‘심심한 사과’가 등장하기도 했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하다’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잘못 이해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관련 논란이 온라인 공간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게 실감이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심심한 사과는 과도한 한자어 사용이다. 사회생활을 안 해 본 미성년자들은 이 표현을 모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하다’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혼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표현을 모를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심심하다’를 과도한 한자어로 보기는 어렵다” 등의 반박도 제기됐다.
해당 웹툰은 성인 웹툰이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착각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온라인 공간에서 어휘력 논란이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처리했다. ‘광복절부터 사흘 연휴’라는 기사들이 나왔는데 일부 누리꾼들은 “15일부터 17일까지 3일 연휴인데 왜 사흘이라고 하냐” “뉴스 오보 아니냐” 등의 지적을 제기했다.
급기야 ‘사흘’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로 시작하는 사흘을 4일로 착각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밖에도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한 대학생이 과제를 제때 제출하지 못했다는 사연, 코로나19에 확진된 대학생들이 공결 신청 사유로 ‘병역’을 선택해 학교 측이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연 등이 올라와 ‘실질적 문맹’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성인 문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문맹률은 75%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성인 4명 중 3명은 읽은 문장에서 새로 필요한 정보 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성원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