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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명품백 어딨나. 온 세상 궁금해한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을 담은 담론

日 명품항모 낚였다가 전인류적 조롱 받은 홀시

명품백 수수 용산 관계자, 묵언수행 깨고 답해야

 

<레이테만을 확보하라>

 

레이테만 전투(Battle of Leyte Gulf)는 1944년 10월23~26일 미일(美日)이 맞붙은 인류역사상 최대 규모 해전(海戰)이다. 양 측은 항공모함‧전함 등 함정 수백 척을 동원해 1만여 명의 사상자 내면서 치열히 싸웠다. 교전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으나 전투 과정에서 일제(日帝) 낚시질에 당한 한 미군 장성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진주만기습(Attack on Pearl Harbor) 후유증을 딛고 태평양전쟁에서 승기 잡아나갔다. 미 행정부와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체스터 니미츠(Chester Nimitz)는 일제로부터 필리핀을 해방시켜 일본 본토~남방자원지대를 잇는 해로(海路)를 끊어버린다는 작전에 합의했다.

 

애초부터 미국의 석유금수(禁輸)조치로 에너지난 시달리던 일제로선 동남아를 잃으면 패전(敗戰) 직행이 뻔했다. 때문에 일제는 미군 유력 상륙지점인 필리핀 중부 레이테만에서 미 해군을 수장(水葬)시키기로 결심했다. 이 전투에 양 국 운명이 걸렸기에 미일은 가용(可用)한 모든 해상전력 동원했다.

 

일제 연합함대 사령장관(司令長官)은 도요타 소에무(豊田副武) 대장, 항모를 이끄는 건 제3함대 사령관 오자와 지사부로(小澤治三郞‧생몰연도 1886~1966) 중장이었다. 당시엔 최고전쟁지도회의로 개명했던 대본영(大本營)과 해군의 작전은 치밀했다. 군 수뇌부는 미 항모전단이 사라져야 배수량 7만t의 야마토(大和) 등 거함(巨艦)으로 함포결전 벌여 그나마 승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대본영‧해군은 지사부로가 ‘미끼’가 돼 미국 3함대를 멀리 유인할 것을 지시했다. 즈이카쿠(瑞鶴) 등 일본이 가진 모든 항모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질적‧양적으로 훨씬 우세한 미 항모들을 꾀어내라는 게 명령 요점이었다. 대본영은 천황(天皇‧일왕) 직속 최고 통수부(統帥部)였다. 지사부로는 황명(皇命)을 충실히 따랐다.

 

<명품에 넘어가다>

 

미 해군 3함대 사령관은 윌리엄 홀시(William Halsey‧1882~1959) 대장이었다. 그의 휘하에는 ‘승리의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등 다량의 정규‧경항모가 소속돼 있었다. 자연히 3함대는 미 해군전력의 중핵(中核)이었다.

 

지사부로는 미 3함대를 열심히 낚기 위해 영식함상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제로센) 등 함재기(艦載機)들을 발진시켰다. 당초 홀시는 필리핀 본토에서 이륙한 일본 전투기들과의 교전에만 몰두했다. 이에 지사부로는 항모 두 척을 기동시켜 “여기 우리 명품항모들 있단다. 네게 선물할게” 유혹했다.

 

그제야 일본 3함대를 발견한 홀시는 홀딱 넘어가버렸다. “뭘 이런 걸 다. 갖고 오지 마세요” 사양할 시간도 없이 휘하 항모 대다수를 일본 3함대 쪽으로 투입한 것이었다. 미 해군으로서도 가장 성가신 상대는 단연 일본 항모였기에 지사부로의 낚시질은 더욱 주효(奏效)했다.

 

맹장(猛將) 홀시는 전력을 다해 일본 3함대를 들이쳐 막대한 피해 입혔다. 잇달아 피격(被擊)돼 서서히 침몰하는 즈이카쿠 선상(船上)에 도열해 황거(皇居) 향해 경례하고 반자이(万歳‧만세) 외치는 일본 수병(水兵)들, 거기에 미처 끼지 못해 뒤집어지는 선상 거슬러 올라가는 한 무명의 수병 흑백사진은 20세기 중반 일본군의 지독한 정신력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홀시가 일본산 명품항모에 낚임에 따라 해전이 자칫 미국 패배로 끝날 뻔 했다는 것이다. 야마토급 전함 등을 지휘한 구리다 타케오(栗田健男) 중장의 적전도주(敵前逃走) 등 기적이 겹쳐 결과적으로 미국이 이겼기에 망정이지, 만약 일본 측 의도대로 타케오가 레이테만에 진입해 미군 진입로를 봉쇄한 뒤 전함→항모 등 순으로 미군을 각개격파한다면 전황(戰況)이 어찌될 지는 뻔했다.

 

<묵언수행 한다고 사라지나>

 

더 골 때리는 건 홀시의 단독행동‧명품수수가 니미츠 등 해군 수뇌부에 제대로 보고되지도 못했다는 점이었다. 코빼기도 안 보이는 홀시에게 결국 ‘빡친’ 니미츠는 보안통신 보내 “대체 어디 있는가? 반복한다. 기동함대는 어디 있는가?” 물었다.

 

그런데 통신장교들은 의도치 않게 기가 막힌 장면 연출해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은 통신 본문(本文) 앞뒤‧중간에 아무 의미 없는 문장들 끼워 넣어 암호화했다. 니미츠가 통신 보낸 당일은 하필 경기병대 돌격으로 유명했던 발라클라바 전투(Battle of Balaclava) 기념일이었다.

 

송신 측 통신장교는 해당 전투를 노래한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詩) ‘경기병 여단의 진격(The charge of the light brigade)’ 문구를 살짝 틀어 암호문으로 활용했다. “온 세상이 놀라워한다” 등을 조금 바꾼 것이었다. 홀시의 통신장교는 수신된 문구가 정말로 니미츠가 한 말인 줄 알고 그대로 홀시에게 보고했다.

 

신나게 명품 얻고 북진(北進)하다가 뒤늦게 미끼 물은 걸 깨달은 홀시는 폭발 직전이었다. 그런 그에게 전달된 니미츠의 통신문은 다음과 같았다. “대체 어디 있는가? 온 세상이 궁금해 한다” 분노 상태였던 홀시에겐 이게 “이 바보멍게말미잘 홀시야, 너 어디 가서 X자빠져 노는지 온 지구가 궁금해 한다”로 읽혔다. 그 날 홀시의 기함(旗艦) 뉴저지(New Jersey)는 “저 망할 체스터 니X럴 죽여 버리겠다” 날뛰는 홀시에 의해 뒤집어졌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작년 한 친야(親野) 단체에 낚여 받았다는 명품가방 소재가 불분명하다. 해당 인사도, 대통령실도 며칠이 지나도록 입 다물고 있다. 묵언수행(默言修行) 한다고 있던 명품백이, 국민 의문이 푸슈슝 사라지는 게 아니다.

 

야권이 사분오열(四分五裂) 저 모양이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끝이다. 야권은 향후 언제든 제정신 차릴 수 있다. 따라서 적극 해명만이 답이다. 국민과 당원은 묻는다. “그 가방은 지금 어디 있나. 엿 바꿔 먹었나 국 끓여 먹었나. 온 세상이 궁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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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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