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케팅하다 졌다" … 민주, 담양군수 선거 패배 두고 설왕설래

4·2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에 기조자치단체장 자리를 내줬다. 당내에선 조국당의 집요한 공세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마케팅에 활용한 이재종 후보의 전략 실패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담양군수 선거 패배는 조국당이 총력적으로 나서면서 우리 후보 캠프의 대응이 약간 미흡했던 것 같다"면서 "여기에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 겹치면서 표심이 오히려 갈라지지 않았나 본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2일 전라남도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장철원 조국당 후보가 51.82%(1만2860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이재종 민주당 후보는 48.17%(1만1956표)에 그쳤다. 조국당은 창당 후 첫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

민주당 일부 최고위원에게는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문자가 다수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당원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부각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담긴 문자다.

실제로 이 후보는 선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내세우기보다는 문 전 대통령과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과 친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고 의원 선거 캠프에서 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19일 이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현장에 등장해 축하 화환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조국당의 공세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더 크다. 조국당이 네거티브를 통해 이 후보에 대한 공격을 집요하게 진행했지만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국당은 이 후보의 재산 신고 문제부터 가족 문제까지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조국 전 조국당 대표가 민정수석 시절 인사 검증을 통해 청와대 근무를 했던 만큼 자신의 대한 공격이 조국당의 자기 부정이라는 정도의 대응을 했다.

비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조국당이 어마어마하게 마타도어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한 버틸 힘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이 선거 자체가 민주당 군수가 당선 무효가 되면서 벌어진 재선거라 아무래도 지역 사회에서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는 지난 2월 민주당 소속 이병노 전 담양군수가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벌금 500만 원)을 확정받으며 치러지게 됐다. 선거운동원들의 변호사를 대리 선임해 준 혐의다.

민주당의 패배로 끝난 담양군수 선거는 향후 정국에서 조국당의 존재감을 키워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서도 뼈아픈 자성이 나온다.

이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담양의 민심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이번 선거 기간 많은 호남 시민께서 '매번 민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했지만 정작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을 내려주셨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이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조국당이 한 표가 아쉬운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 어떤 요구를 할지 알 수 없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카드는 원내교섭단체 완화다. 12석 조국당에 금전적으로나 정치 입지적으로나 모두 필요한 장치다. 민주당이 교섭단체 완화 기준을 15석 정도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조국당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마음이 급해진 민주당이 조국당이 원하는 10석으로 기준을 하향할 가능성도 있다.

조국당은 담양군수 선거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황명필 조국당 사무총장은 "담양 정철원 후보 승리. 민주당 이재종 후보도 수고 많았다"면서 "조국 대표가 좋아하실 모습을 상상하니 특히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