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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보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론이 먼저 나오게 되면서 정치권의 최대 관심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집중되고 있다. 한 총리 사건 역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다루고 있는 만큼 한 총리 탄핵심판 결론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의 주된 관심은 탄핵소추 과정에서 '내란죄 철회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쟁점으로, 국회 탄핵소추의 절차상 하자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만일 헌재가 한 총리 사건 결정 선고 과정에서 소추사유를 변경할 때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한 총리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모두 절차상 문제가 있던 것이어서 '각하' 결정이 나와야 한다.
인용이나 기각 결정이 나오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가결 정족수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국무총리 탄핵 정족수에 해당하는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기 때문이다. 만일 이를 헌재가 인정한다면 앞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행정부 누구나 탄핵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尹 앞선 한덕수 선고…각하 가능성에 무게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연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87일 만이자 지난달 19일 한 총리 사건 변론을 한 차례 열고 종결한 지 33일 만이다.
정치권은 한 총리 사건을 선고 내용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의 '예고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한 총리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를 소집·참여함으로써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도록 돕거나 최소한 묵인·방조했다는 점을 핵심 탄핵소추 사유로 삼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함을 전제로, 그 과정에 관여한 한 총리의 행위도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논리 구조상 헌재는 윤 대통령의 행위가 적법했는지를 먼저 판단하고 한 총리의 행위도 같은 선상에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 탄핵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실체에 관해서도 헌재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 탄핵심판의 결론이 윤 대통령 사건의 헌재 판단을 유추할 가늠자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적 쟁점에 관한 헌재의 판단도 일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 탄핵심판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기록이 증거로 채택됐는데,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및 참고인 진술조서 등을 탄핵심판에서 바로 증거로 쓸 수 있는지는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른바 '내란죄 철회' 논란에 관한 판단도 나올지 주목된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윤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한 총리가 공모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변론준비 과정에서 형법상 위반 여부는 다투지 않는 것으로 쟁점이 정리됐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사건 모두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이라 헌재가 선제적으로 판단을 밝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국회 측은 애초부터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서에 형법 위반이 적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철회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헌재가 국회 소추 과정에서 '내란죄 철회'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도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당은 지난해 12월 14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죄를 범한 것을 실체적 요건으로 주장해 국회의원 3분의 2 의결을 얻었는데 탄핵소추의 핵심 쟁점인 내란죄를 빼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초대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국회 측에서 탄핵소추안 중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헌재가 수용해 '사기 탄핵'을 용인했다"며 "내란죄 철회를 위해서는 국회의 재의결이 요구되기 때문에 심판 대상의 동일성이 파괴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용시 대한민국 행정부는 민주당 맘대로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의 정족수는 몇 명인지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헌법은 대통령 탄핵안의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3분의 2(200석)로, 국무총리 등 일반 공직자의 경우는 재적의원 과반수(151석)로 정한다. 국회는 151석을 기준으로 한 총리 탄핵안을 의결했다.
만약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200석이 필요하다고 볼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는 부적법한 것이 돼 원칙적으로 각하 대상이 되고 본안 쟁점에 관한 판단은 생략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헌재가 각하가 아니라 비상계엄 쟁점에 대해 인용이나 기각으로 판단을 내린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151석 이상이면 언제든지 탄핵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기게 돼 헌재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학장이자 전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은 "한 총리를 직무복귀 시킬 경우 헌재의 딜레마가 있다. 직무복귀란 기각이나 각하 둘 중의 하나를 의미하는데, 기각의 경우 일단 151석 이상의 소추가 적법하다는 판단하에서만 본안으로 넘어가므로, 이 역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과반 의석만 가지면 할 수 있도록 해 국정 불안정을 해치는 선례를 고스란히 남긴다"며 "그러면 답은 하나다. 한 총리 탄핵사건의 결론은 '각하'밖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인정 단계에서부터 의견 갈린 헌법재판관들
일각에선 한 총리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도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각하'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최우선·신속·집중' 심리 기조 아래 2월 내 결론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3월 중순을 넘어섰고 한 총리 탄핵심판 이후로 밀렸다.
이는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재판관들 의견을 한데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보통 확정된 사실관계를 놓고 거기에 법리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이 보통인데, 윤 대통령의 경우 아직까지 쟁점별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정에서조차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테면 탄핵소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정치인 체포설은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된 증거를 믿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사실관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포고령도 국회 계엄해제권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와는 직접 연관이 없다.
게다가 이런 사실관계 인정의 근거가 되는 수사기관의 수사기록의 증거능력이 다퉈지는 상황이므로, 헌법재판소법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재판관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다. 법리를 놓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갈리는 것이 아니라 그 전제인 사실인정 단계에서부터 소수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선 교수는 "법리는 추가적 논리 전개에 따라 타협이 가능하지만 사실인정은 법관의 양심의 영역이기에 타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면서 "한 명이건, 세 명이건 간에 소수의견으로 결정문에 기초적 인정사실관계부터 달리 반대의견이 적시되는 순간, 그 헌재 결정은 큰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헌재가 바로 이런 단계에 있지 않은가 싶다. 쟁점에 대한 판단 단계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그 전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진 것은 그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이 아니라 기각 내지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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