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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휴전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 재무장' 등 러시아 측의 입장을 언급하며 미국과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등 주요 전선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향후 영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뒤 본격적으로 휴전협상에 응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 아이디어(휴전) 자체는 옳은 일이고 절대적으로 지지하지만 논의해야 할 문제가 있고, 미국의 파트너들과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고위급 회담 후 합의한 '30일간 휴전안'을 당장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러시아군이 쿠르스크를 포함한 전선 전역에서 총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시점에서 일시 휴전을 할 경우 우크라이나군이 전력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되는 만큼 러시아가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전선의 거의 모든 구역에서 진군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 큰 부대를 포위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 상태"라면서 "(휴전시) 30일간 우크라이나가 강제동원을 계속하고, 무기를 공급해 새 부대가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기습 침공해 일부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를 수차례 언급했다.
전날 전투복 차림으로 쿠르스크를 방문했던 그는 "우리가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우리 영토를 침략한 집단'은 완전히 고립됐다"며 "며칠 내 물리적 봉쇄가 이뤄지면 쿠르스크 내 우크라이나군은 항복하거나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상황에서 휴전이 이뤄진다면 쿠르스크 등지에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분명해진다"며 "전선의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는 전장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휴전 체제 감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도 펼쳤다.
푸틴 대통령은 "심각한 의문점이 있다"며 누가 적대행위 중단을 명령할지, 휴전이 성사될 경우 2000㎞에 달하는 전선에서 휴전협정 위반을 누가 결정하고 누가 처벌받을지 등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는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휴전 제안에 동의하지만, 이는 휴전이 지속가능한 평화로 이어지고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의 근본 원인'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동진 위협'이 전쟁의 근본 원인이라는 러시아 측 입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어 휴전을 타결하기까지 시간을 끌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기 전 일련의 극단적 요구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비무장화, 서방의 군사지원 중단, 나토의 우크라이나 제외 약속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 의향이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먼저 모스크바를 찾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를 만나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저녁 위트코프 특사와 비공개로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푸틴 대통령이 '30일 휴전안'을 받아들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12일에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금융 제재나 관세 인상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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