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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결국 백악관을 사실상 '테슬라 쇼룸'으로 만들었다. 백악관에 테슬라 차량을 전시하고 기자들 보는 앞에서 직접 시승하고 구매까지 했다.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고 유럽연합(EU) 등에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나름 최선의 액션을 취한 것이다. (한국 같았으면 아마도 '정경 유착'의 극단적 사례라고 무차별 비판을 당했을 것이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지원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레이거노믹스'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0년대 일본산 대형 오토바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정치와 정책은 명분의 싸움. 두 사람의 리더십은 바로 여기에서 차이가 났다. 레이건의 정책은 미국의 산업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고, 미국인 모두가 호응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행보에 박수를 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테슬라 주주들은 반박하고 싶겠지만, 트럼프의 행보는 누가 뭐래도 특정 기업과 CEO를 직접 밀어주는 성격이 강했다. EU는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까지 논란이 벌어지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일어난 풍광으로 돌아가보자.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테슬라 차량 5대를 전시하고 머스크와 함께 차량에 탑승했다. 그는 빨간색 테슬라 모델S 운전석에 앉아 "아름답다"며 차량을 거듭 칭찬했다. 테슬라 차량 가격 목록과 홍보물을 직접 들고 나오기까지 했다. 이어 기자들을 향해 "내가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이유는 첫째로 이 제품이 정말 훌륭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이 사람이(머스크) 이 일에 자신의 에너지와 인생을 바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를 향해 "그는 사기와 낭비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는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할리데이비슨을 보호하기 위해 했던 상황과 조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0년대 미국 오토바이 제조업체들이 일본 브랜드의 저가 공세로 위기를 겪자, 일본산 대형 오토바이에 최대 4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했다. 덕분에 할리 데이비슨을 포함한 미국 오토바이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1987년 5월에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게츠버리 타운십에 위치한 할리데이비슨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러한 행보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할리 데이비슨을 콕 집어 지원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레이건의 할리 데이비슨 보호조치는 특정 기업이 아닌 업계 전체가 혜택을 받았다. 트럼프는 반박하고 싶겠지만, 이날의 행보는 머스크와 테슬라를 직접적으로 밀어주는 모양새 외에는 어떤 의미도 부여하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테슬라를 시승하며 내놓은 메시지를 통해 포드나 GM이 얻게될 이득은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에도 그는 보잉(Boeing), 애플(Apple), 폭스콘(Foxconn) 등 특정 기업 CEO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번 테슬라 이벤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강하게 옹호하며 "그는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발언을 남겼다.
이는 전통적인 정부의 산업 보호 방식과는 매우 다르며, 시장 개입의 새로운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레이건이 시장 원리를 존중하며 정책을 통한 장기적 산업 보호를 선택했다면, 트럼프는 개별 기업과의 친분을 중심으로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영향력을 결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와 사업을 넘나드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협력관계는 정부와 기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윤리적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밀착이 논란이 되면서 테슬라가 공격받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테슬라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으며, 일부 테슬라 매장과 충전소가 파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 역시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광고주 이탈이 이어지는 등 경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예로부터 정치와 경제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라고 한다. 우리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정경유착 끝에 모래성처럼 무너졌듯이, 자본주의의 물결이 넘실대는 미국에서도 정치와 끈끈한 관계로 성장한 기업은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로부터 파생된 이익을 단물로 취한 기업의 말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좋지 않았다.
정치 이단아인 트럼프와 전통 기업인의 방식과 다른 이방인의 모습을 띤 머스크, 이들의 '머니 댄스'가 어떻게 막을 내릴지 궁금하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12/20250312002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