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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유럽이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및 BBC방송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여러 TV채널을 통해 중계된 대국민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유럽인의 안전을 위해 지체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핵무기에 대한 사용 권한은 프랑스 대통령이 가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결정은 군 통수권자인 공화국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유일의 핵보유국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해 7월 기준 핵탄두 290기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츠 대표의 이 제안에 오래전부터 유럽을 위한 '프랑스 핵우산론'을 주장해 온 마크롱 대통령이 적극 화답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조짐이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국들은 수십년간 미국의 강력한 억지력에 의존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입장을 바꿨고 동시에 유럽에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 우리는 새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미국이 우리 편에 설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면서 유럽의 국방력 증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군비를 계속해서 증강하고 있으며 이 목적으로 예산의 4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멈출 것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면서 "이 위험한 세상에 직면해 구경꾼으로 남아있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긴급정상회의에서 "결정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재정적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도 군사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차원에서도 "위협의 진화를 고려할 때 새로운 예산 선택과 필수적인 추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세금을 인상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수는 없고, 너무 취약한 휴전협정이 이뤄져서도 안 된다"면서 지속가능한 평화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단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우크라이나가 다시 러시아의 침략을 받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면서 그 방안으로 "유럽연합군의 배치도 포함될 수 있다"고 평화유지군 구상을 거듭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평화유지군은 최전방에서 싸우지는 않겠지만, 평화가 체결되면 평화가 완전히 존중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맡고자 하는 국가의 참모총장들과 파리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자강을 위해서는 "경제적 수준에서도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한 것처럼 유럽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보호의 부담을 유럽 스스로 더 많이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도 현재 미국의 관여 수준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의 이 결정을 "미국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관세부과를 막기 위해 "미국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 후 EU 회원국 중 대표적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에 들어갔다.
마크롱 대통령은 6일 EU 긴급정상회의에서 EU 차원의 결정에 딴지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오르반 총리를 설득하기 위해 이날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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