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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캐나다‧멕시코와는 협상 여지가 남아있는 반면, 중국과는 장기적인 무역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미중이 벌이는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불균형 문제가 아니라 미래 첨단기술을 둘러싼 양국 간 기술패권 다툼, 나아가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제패권 다툼이기 때문에 '치고 받기'식 보복전의 끝을 알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한 관세부과도 결국 중국과의 본격적인 패권 경쟁을 앞두고, 동맹국들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도록 미리 압박을 가해 미국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전략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제품에 25% 관세를,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에는 지난달 10%에 이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오랜 이웃이자 우방인 데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체결해 서로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계와 협정을 무시하고 관세를 강행했다.
중국산 제품의 경우 지난달 4일부터 1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여러 품목에 부과한 25% 관세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날부터 최대 45%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 반격 나선 中, "어떤 전쟁이든 끝까지 싸울 것"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즉각 보복조치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추가 관세방침이 확정된 직후 미국산 닭고기, 밀, 옥수수 등 29개 품목에 15%, 대두, 돼지고기, 쇠고기, 수산물 등 711개 품목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이달 10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산 대두와 원목 수입을 중단하는 등 비관세 조치까지 병행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미국 농업 지역, 특히 중서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많은 곳이다. 중국은 농산물에 보복 관세로 미국 농민들의 반발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압박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중국은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해 수출입을 금지하고,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조사를 착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다른 의도를 갖고 관세 전쟁, 무역 전쟁 또는 다른 어떤 전쟁을 고수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명분은 마약 단속이다. 그는 3개국을 통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일명 '좀비마약')이 미국으로 다량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3개국이 펜타닐 유입을 충분히 차단할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견제와 무역적자 해소도 관세부과의 배경임을 숨기지 않아 왔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시작한 관세전쟁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적자 해소 차원을 넘어, 미래 첨단 기술을 둘러싼 양국 간 기술 패권 다툼이 본질적인 갈등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 정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중국 역시 자국의 기술 자립을 위한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양국 간의 경쟁은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제 패권 다툼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은 글로벌 경제에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 美, 加·멕과 '으르렁' 하더니 ... "중간 타협점 있을 것"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부과 조치에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과 달리 이들 국가에는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하고, 미국의 관세 부과가 지속되면 추가로 1250억 캐나다달러(약 125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도 관세를 걷겠다고 예고했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은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자 동맹, 친구인 캐나다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면서 미국의 관세를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 결정에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구체적인 보복조치에 대한 언급을 뒤로 미루고 "무역전쟁을 벌이려는 의지는 전혀 없다"면서 미국과 협상할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 정부 역시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한 25% 관세에 대해서는 경감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타협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와 협력할 것이라고 본다"며 "어딘가 중간에 타협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멕시코와 캐나다 측 인사들이 오늘 종일 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들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서 "그래서 저는 그가 그들(멕시코·캐나다)과 함께 뭔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관세 부과) 유예가 아니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러트닉 장관의 이런 발언에 대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관세 경감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05/20250305001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