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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를 결행하면서 글로벌 관세대전이 본격화됐다. 중국과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에 대해 즉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고, 멕시코는 대응 플랜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10+10% 관세 인상'에 맞서 10일부터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10~15%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미국기업에 전략물품 수출통제 제재를 가하는 동시다발 대응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공고를 통해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고,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에 대한 관세는 10%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이달 10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중국은 3월10일 전에 선적지에서 선적돼 3월10일~4월12일 중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경우 관세 인상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국 상무부는 티콤(TCOM)과 S3에어로디펜스·텍스트오어 등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추가하고 중국과의 수출·입 및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방산업체 레이도스·깁스앤콕스 등 15개 업체에 대해서는 핵심광물 등 이중용도 물자(민간용으로도 군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자) 수출을 막기로 했다.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업체인 미국 일루미나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같은 리스트에 포함해 중국으로의 유전자 시퀀서 수출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달간 유예했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부과를 4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국에도 10% 관세 인상 조치를 취했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와 마약류 단속을 포함한 국경안보 강화 문제를 내세워 관세부과를 압박했고, 이들과의 물밑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관세부과를 강행한 것이다.
특히 이전과 같은 '협상에 의한 유예'는 더는 "여지가 없다(No room left)"고 못 박으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의 보복대응 수위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에 캐나다도 '맞불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부과가 발효되는 4일부터 캐나다도 1550억 캐나다달러(1069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을 보면 캐나다는 1단계로 300억 캐나다달러(207억달러) 규모 미국상품에 먼저 관세를 매긴 후 21일 이내에 나머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오렌지주스와 땅콩버터, 와인과 커피 등이 포함돼있다.
2단계 대응은 3주 뒤 자동차와 트럭, 철강과 알루미늄을 포함한 대형 품목 1250억 캐나다달러(862억달러)어치에도 관세 25%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트뤼도 총리는 관세 명분인 펜타닐에 관해 "미국·캐나다 국경에서 적발된 펜타닐의 1% 미만만이 캐나다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해결하려 집요하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자국에 25% 관세부과를 강행하는 일은 "정당화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것이 트뤼도 총리의 입장이다. 그는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이 무역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우리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향후 비관세조치 추진을 위해 각 주 등과 논의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인은 미국의 관세 때문에 식료품과 가스, 자동차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며 수천개의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던 무역관계에 혼선을 줄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임기에 협상했던 바로 그 무역협정 위반"이라고 일갈했다.
캐나다는 멕시코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관세 표적이 된 국가다. 트럼프 1기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은 일련의 상황으로 사실상 힘을 잃었다.
캐나다 언론 CBC는 미국의 이번 관세관행이 "수십년간 가까운 협력국이자 우호국이었던 양국의 무역관계를 뒤집겠다는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집권 1기에 이어 미·중 제2차 무역전쟁 본격화되고, 오랜 우방인 캐나다에도 신규 관세를 부과한 데다 향후 협상 여지마저 일축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도 관세 폭탄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시작됐다(kicking off trade war)"며 "그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관세가 미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멕시코도 '맞불 관세'로 응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멕시코는 미국 정부에서 관세부과의 이유로 내세웠던 마약 펜타닐 및 불법이민자 유입과 관련해 한달여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요구에 맞춘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결국 관세부과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뒤통수를 맞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세부과 예외에 초점을 맞추고 당국간 협상을 이어왔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플랜 A부터 D까지 다양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엘에코노미스타를 비롯한 일부 현지매체는 멕시코 정부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미국 시장을 대신해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내 교역 강화를 통해 예기치 않았던 난국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보복관세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엑스(X, 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 B(차선책) 시행을 지시했다"고 적은 바 있다. 당시는 애초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한 미국의 관세부과 개시예고일을 사흘 앞둔 때였다.
TV방송 에네마스(N+)를 비롯한 멕시코 언론은 정부에서 이미 '미국 소비자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멕시코산 품목'을 관세부과대상으로 추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집권 때도 멕시코는 보복관세로 맞대응을 했다.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는 멕시코의 철강·알루미늄·농축산물 등에 관세를 매겼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전 정부도 곧바로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미국 농무부는 이후 보고서에서 '멕시코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그 규모는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멕시코 경제장관은 1월3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소비자는 과일, 채소, 육류, 자동차, 가전 등 상품에서 더 비싼 가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관세는 수많은 미국 가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며 전략적 실수로 여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04/20250304002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