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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설전 끝에 파행으로 치닫자 70여 년 전 이승만의 외교력이 새삼 재평가되고 있다.
종전 협상을 위해 미국까지 직접 방문했으나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6·25 전쟁 당시 미국의 축출 위협까지 받아가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끌어낸 이승만의 협상력이 비교되면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은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설전을 벌이는 등 불화를 일으켰다.
회담 초반은 순조로웠으나 40분쯤 시간이 지난 뒤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가 거론되자 두 정상이 한치의 양보없이 충돌한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4년 자국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협정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일으킨 사실을 강조하며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우리 국민을 죽였으며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에 대한 젤렌스키의 혐오 때문에 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에 반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며 타국 정상 면전에 입에 담기 힘든 직언을 내뱉기도 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외교의 중대 고비였던 이날 회담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성과 없이 끝났다.
1954년 7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은 지금보다 더 분위기가 험악했다. 이승만 대통령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이승만은 아이젠하워를 10분이나 기다리게 하고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회담장에 들어갔다. 회담 직전 받은 '한미공동성명 초안'에 한일 친선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회담 도중 아이젠하워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아이젠하워가 돌아오자 이번엔 이승만이 인사말을 나눌 틈도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당시 회담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장면들이다.
당시 이승만은 강대국 미국의 눈엣가시였다. 미국은 6·25 전쟁이 중공군 개입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휴전을 제안했으나 이승만이 "휴전은 한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에 대한 사형집행 영장"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되레 '중공군 철수와 북한군 무장해제'라는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휴전조건도 내걸었다. 미국은 전쟁을 끝내면 그만이었지만 한국은 미군 철수 이후의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 정부는 1953년 이승만을 제거하기기 위한 '에버레디(Ever ready) 작전'을 구상했다. 70년 전 한국은 지금의 우크라이나처럼 미국과의 협상 수단으로 내놓을만한 천연자원과 같은 광물이 없었다.
1953년 6월 이승만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은 반공포로 석방이었다. 전 세계가 경악했고 미국은 이승만 회유작전에 나섰다. 결국 미국은 이승만의 요구대로 상호방위조약 체결, 경제원조, 20개 사단 증강을 약속받았다.
이승만은 그해 10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뒤 "이제 우리 후손들이 앞으로 누대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서 아이젠하워와 신경전을 벌였던 이승만은 1954년 11월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식 발효에 성공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미동맹의 근간으로 70년 넘는 세월 한반도 안보 유지에 일조한 핵심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승만 최대의 업적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한국 내 일부 정치 세력은 '이승만 깎아 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새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하자 "이승만 우상화"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최근 '중도보수'를 자처하면서 한미동맹 강화 등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정작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간첩법 개정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너무나 당연한 입법인데 이재명 세력의 비협조로 법사위에서 꽁꽁 묶여 있는 실정"이라며 "말만 하는 실용주의보다 입법으로 하는 실천주의를 보여달라"고 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03/20250303000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