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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상호관세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드라이브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미국은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적자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라는 자세다.
글로벌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와 동시에 일부 조치 시행 전에는 막후 협상 가능성을 남기며 챙길 것은 챙기겠다는 전략도 눈에 띈다.
특히 트럼프식(式) 관세정책의 가장 막강한 카드인 상호관세는 즉각 시행에 나서지 않고 4월까지 여유를 두기로 해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관세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시행 속도도 화끈했다.
지난달 20일 취임식 당일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타깃으로 한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각각 25%, 중국에는 10%의 보편관세 시행 계획을 알렸다.
비록 캐나다, 멕시코 양국은 각각 미국과 막판 협상에 나서 시행을 유예받았지만 대중(對中) 보편관세 정책은 예고대로 실시해 미중은 관세전쟁에 돌입했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소 기준 면제'를 해제하기로 해 소액 물품에 대해서도 촘촘하게 관세를 적용한다. 기존에는 면세였던 800달러이하 물품도 모두 관세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 조항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던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업체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쉴새 없이 추가 관세정책을 쏟아냈다. 이달 10일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걷겠다고 선언했다.
국가별, 품목별, 금액별로 전방위적 레이더망을 가동해 관세 사각지대를 탐지 중인 것이다. 임기 초부터 대대적인 관세시스템 다시 세우기 작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조치 당시 동맹국에게는 예외적으로 무관세를 적용했던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갔다.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여기에 상호관세 부과 소식까지 알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를 향해 손해보는 무역을 할 생각이 없음을 확실히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액과 품목까지 세세하게 제시하며 "미국은 사실상 전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당해왔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사례로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EU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10% 관세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EU에 대한 관세는 확실히 시행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EU와의 무역에서 300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자동차, 농산물을 사지 않지만 우리는 (EU에서) 자동차 수백만대와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식 관세정책의 결정타인 상호관세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각국의 비관세 장벽까지 계산에 포함시켰다.
일반적으로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와 동등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상호관세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관세 대부분이 철폐된 한국의 경우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가 내놓은 상호관세는 무역 상대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조세 제도, 비관세 장벽, 환율, 역외세금까지 계산에 넣은 것이다. 미국에 무역적자가 발생하게 하는 상대국의 정책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교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고 행정부에 각 교역 상대국의 관세, 세금, 비관세 장벽, 환율 정책, 기타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불공정 관행 등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상호관세 부과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거의 모든 국가는 상호관세의 대상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품목으로 자동차와 반도체를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2위가 추가 관세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한국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각 국은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대부분의 국가는 보복관세를 포함한 보복 조처를 꾀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한 상호관세의 경우 대통령 각서 서명 당일 즉각 시행이 아니라 4월1일까지 관세 부과 대상국에 대한 행정부의 연구 절차를 거친다.
약 90일의 기간 동안 국가별로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를 받아내거나 관세율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러한 접근을 염두에 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을) 즉시 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은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입찰(opening bid)'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4/20250214000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