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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결정에 정면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한 달가량 남은 시행까지는 협상을 통해 해결점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회동한 뒤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와 안정에서부터 기술의 위대한 약속과 비시장적 과잉생산의 중대한 과제에 이르기까지 동맹국으로서 공동의 과제에 대한 좋은 논의에 감사드린다"며 "뮌헨안보회의(14~16일)에서 다시 만나자"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양측 고위급 당국자간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견례 성격이지만, 미국의 새 관세계획이 공개된 이튿날 성사돼 주목을 받았다.
양측 모두 표면적으로는 '협력'을 언급했다.
밴스 대통령은 회동 전 모두발언에서 "무역을 포함한 경제 현안 등 많은 것들을 논의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가 유럽을 매우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유럽과 함께 많은 경제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유럽과 미국 양쪽 모두에 좋은 안보 파트너십을 위해 실질적으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U는 미국의 향후 '호응' 정도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회동에 앞서 낸 성명에서 "미국의 관세부과 결정에 심히 유감"이라며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확고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면서 "EU는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며 우리 근로자, 기업, 소비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성명에 구체적 대응계획은 생략돼 협상 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집행위는 정례브리핑에서도 단호한 대응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만 나온 상태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가 되면 우리의 구체적 조처를 설명하겠지만 오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집행위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이뤄지기 전 이례적 '경고 성명'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신중한 반응으로 읽힌다.
EU 내부에서는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서 함께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관세와 보복관세라는 잘못된 길은 피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마크 페라치 프랑스 산업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유럽을 분열시키는 것인 만큼 유럽은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는 단결해야 하고 단호한 태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상반기 순회의장국인 폴란드는 12일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원국 무역장관들을 소집해 긴급 영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은 한층 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 총리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세부내용을 처리하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 중(engaging)이다. 신중히 접근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다"며 "정부는 언제나 우리의 국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말했다.
영국은 전날에도 "정확한 세부내용을 아직 못 봤고 넘겨짚고 싶지 않다"면서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EU, 한국 등과 2018년 협상을 통해 체결했던 철강 면세 쿼터도 폐기된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EU는 전체 철강·알루미늄 생산량의 2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대미 수출국이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2/20250212000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