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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오는 11일과 13일 7·8차 변론기일을 열고 12·3 비상계엄 사태와 부정선거 의혹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8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사전에 지정한 변론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가운데 헌재는 추가 기일 지정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아 '졸속 탄핵'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선 변론기일에서 핵심 증인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추가 증인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현직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4월 1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헌재가 그 전에 결론을 내릴려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두 재판관 모두 좌파 성향의 학술단체 출신인데다 대통령 임명 몫이어서 탄핵 기각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재판관 임기에 급급하지 말고 진실을 명확히 가려낸 뒤 심리 결과를 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심판 변론기일 13일로 끝나…추가 기일 지정 않는 헌재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11일 오전 10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을 열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이 전 장관과 신 실장은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모두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됐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후로 열린 국무회의 과정, 윤 대통령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신 실장에 대해선 계엄을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백 전 차장과 김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신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 보안점검에 참여한 백 전 차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윤 대통령과 친구 사이인 김 사무총장은 국회 현안질의에 나와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13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8차 변론기일에는 조태용 국정원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린다.
조태용 국정원장에 대해선 정치인 체포조 관련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지난 5차 변론기일에서 조 원장에게 정치인 체포조 관련 보고를 했는데 묵살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청장과 조 청장에 대해선 계엄 당시 경찰 인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대한 질문도 예상된다.
헌재는 직권으로 조 경비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단장은 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 등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사령관이 헌재에서 진술을 거부하자 조 단장을 통해 국회 병력 투입 경위 등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8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헌재가 사전에 지정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일정이 마무리된다. 헌재는 추가 기일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7·8차 변론 과정에서 재판부가 직접 추가 기일 지정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7·8차 변론까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증인 15명에 대한 심리를 마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기일 지정 없이 변론 절차를 종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을 대부분 기각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이경민 국군방첩사령관 직무대리에 대해선 채택을 보류했는데 이들을 증인으로 부를 수도 있다.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되는 7차·8차 변론기일에 이들을 부르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재판부가 추가 기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최종 선고를 내린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 변론 절차 이후 2주 내에 선고가 이뤄졌다. 이에 헌재가 추가 기일을 지정하더라도 3월 중엔 최종 선고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루 4명씩 무더기 증인 신문…초시계도 등장
다만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무더기 증인 신문을 강행하며 '졸속 심리'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 증인 채택 요구도 대부분 묵살하는 등 법으로 보장된 180일 심리 기간 동안 사건을 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헌재는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시작으로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 지휘관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하거나 이른바 '정치인 체포 명단' 등을 작성한 핵심 증인들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하루 3명씩 불러 증인 한 명당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했다. 양측에 각각 30분씩 신문하고 추가 신문 시간 15분씩을 주는 방식이다. 심지어 심판정에는 초시계까지 등장했다.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심판정 내에 설치된 빨간색 초시계로, 신문 도중 변동 사항이 있으면 "초시계를 멈춰 달라", "다시 진행해 달라"며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고 있다. 지난 4일 홍 전 차장에 대한 신문을 마치기 직전 윤 대통령 측이 "3분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진실 공방이 오가고 진술이 이전과 달라져 더 질문할 필요가 있는데도 시간 제약 때문에 제대로 사실 확인을 못 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주 2회 변론 기일을 진행하고 하루에 3명의 증인 신문을 하는 것 역시 정상적인 준비를 불가능하게 한다"며 "증인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분석하고 반대신문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증인 1명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총 17번의 변론기일을 진행하며 증인 25명이 출석한 바 있다.
게다가 헌재는 11·13일엔 증인을 더 늘려 하루에 4명씩 부른다. 법조계 한 인사는 "한 명 한 명이 핵심 증인이어서 하루 종일 신문해도 부족할 텐데 한꺼번에 다 몰아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날까지 채택된 증인은 총 15명.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한 총리와 이경민 방첩사령부 참모장 등은 채택이 보류됐다. 나머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최상목 권한대행,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20여 명은 모두 기각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도 증인 25명이 채택됐지만 하루 4명씩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 두 차례 4명이 출석했는데, 이들은 주요 증인이 아니었다. 핵심 증인인 최서원(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약 6시간 30분씩 신문을 받았다.
한 헌법학자는 "형사재판이었다면 한 명당 최소 4~5차례 종일 신문을 받았을 핵심 증인들"이라며 "신속성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부실하게 심리하면 결국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법' 문형배·이미선 임기 끝나기전 심리하려는 헌재
이는 오는 4월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헌재가 그 전에 결론을 내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모두 대통령의 임명 몫이기 때문에 공석이 되면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럴 경우 현재 8인 체제의 헌재는 6인 체제가 된다. 1명이라도 파면에 반대하면 기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헌재가 '빠른 심리'로 이미 가닥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헌재가 앞서 여러 논란에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인 '내란죄 제외'를 국회 측 탄핵소추 변호인단에 조언한 것도 이런 변수들을 줄여 빠른 심리가 가능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헌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서두르는 배경과도 맥을 같이 한다. 헌재가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린 뒤 마 후보자가 헌재에 합류하게 되면, 헌재는 9인 체제의 완전체가 된다.
그럴 경우 헌법재판관 4명이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채워지고 진보 성향 재판관이 6명이나 존재하는 만큼 탄핵 인용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내란죄 여부를 따지기 위해 적지 않은 심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제외하면서 재판관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면서 "다만 법관은 개인적 양심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 하기 때문에 '섣부른 '예단'을 하지 말고 첫단추부터 다시 시작해 우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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