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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의 헌법재판소가 특정 정파의 요구에 발맞춰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심판 '속도전'을 벌이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은 재판관 개인 성향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더불어민주당 정치일정에 짜 맞춘 행보로 헌법기관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행 역시 과거 진보 성향 판사들의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시절 "연구회가 좌파면 헌법도 좌파"라면서 소속 판사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부정했지만 스스로 정치 개입 비판을 자초하며 헌법재판관들의 정치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문 대행뿐 아니라 과거 문 대행과 함께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 대다수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거나 판사직을 그만둔 후에도 민주당과 함께 '좌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대거 포진한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담당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문 권한대행이 회장을 역임할 당시 공개된 총 125명의 판사 중 절반에 가까운 62명이 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일을 하거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중 일부는 민주당 인재영입 대상으로 뽑혀 현역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고 민주당과 연관된 특정 법무법인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 탄핵에 선두에 서서 헌재와 함께 탄핵심판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문 대행은 2009년 우리법연구회 회장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원 내 사조직'이라는 평가에 대해 "우리 헌법은 잘돼 있어요. 그런데 헌법에 대해 판사들이 연구를 잘 안 해요.(중략) 아무튼 그런 부분을 연구하는 겁니다. 우리 모임을 좌파라고 한다면 우리 헌법을 '좌파'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법연구회의 정치적 편향성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회원으로 있는 일부 판사의 판결 내용을 보고 우리법연구회 전체를 좌파성향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던 사람입니다. 제가 이 모임의 회장입니다. 우리 모임의 회원 성향은 다양합니다"고 강조하며 사모임이 아닌 학술연구단체임을 분명히 했다.
또 우리법연구회가 과거 군부 내의 '하나회'와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회원 중 일부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 법원행정처에 간 걸 두고 그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광범 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같은 분은 오래전에 행정처에 갔어야 할 분입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분이지요"라고 말하며 부정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판사가 본분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다양성은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문 대행의 말과 달리 회원 대다수가 민주당과 함께 '좌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탄핵소추단 간사도 '우리법' 출신
가장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단 간사 겸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과거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사법연수원 25기로 과거 북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사법농단) 의혹을 가리켜 헌정유린 행위라고 비판한 인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취임 직후에 8년만에 소집된 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대법원장도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당시 최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을 정치적 거래로 삼는 행위를 통하여 공정한 재판에 대한 기대와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사법부 스스로가 그 존재의 근거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헌정유린행위의 관련자들에 대하여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때 법관대표회의 부의장에는 최한돈 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는데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국제인권법학회 출신으로 '법관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추가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다.◆'우리법' 출신 판사들 LKB로 헤쳐모여…尹 탄핵심판 진두지휘
최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공동대표를 맡은 이광범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다.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추진할 당시 초대 공수처장으로 거론됐기도 했다.
문 대행이 오래전에 행정처에 갔어야 할 분이라며 칭송한 인물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대법원 사법정책실장, 법원행정처 인사실장 등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단과 대리인단에 우리법연구회 멤버들이 포함된 만큼 헌법재판관 중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문 권한대행과 정계선 재판관 등과 교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지난해 LKB에 합류한 최은배 변호사(22기) 역시 문 대행과 정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그는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판사로 임관해 서울행정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천지법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특히 2011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미FTA 강행 처리를 비판한 글을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이정렬 당시 창원지법 부장판사(23기)가 적극 옹호하면서 논쟁이 더욱 격화됐다. 이 판사는 당시 "진보편향적인 사람은 판사를 하면 안된다는 말이겠지"라며 "그럼 보수편향적인 판사들도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역시 FTA 비준안이 처리되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판사직을 그만뒀다. 이후 2023년 11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를 고발한 사람의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2012년 '가카의 빅엿' 등의 표현으로 이 전 대통령을 비하한 서기호(29기)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같은 동기인 유지원 수원지법 판사가 "근무평정과 재임용 심사제도가 사법권의 독립을 해치는 방향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는 글을 법원 인트라넷인 코트넷에 올렸다.
그 역시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판사직을 그만둔 후 LKB에 합류했다. 이후 조국 부부의 변호를 맡는가 한편 법정 내에선 검찰을 겨냥한 공격적인 변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때 서울고법 판사로 재직 중인 이옥형(27기) 판사도 코트넷에 글을 올려 "이제 판사들은 법원장으로부터 근무평정을 좋게 받지 못하면 판사직을 그만 둬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목격했다"고 서기호 판사를 옹호했다. 그 역시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집행정지·본안 소송 재판의 추 장관 측 변호사로 선임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비상임이사에 선임되기도 했고 '드루킹 사건'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변호를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24기 이철의 판사도 LKB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文정부서 요직 꿰찬 지평 질주…'우리법' 출신들도 대거 합류
LKB뿐 아니라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법무법인으로 지평이 있다. 23기인 박정수 전 남부지법 부장판사와 사봉관 전 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지평 변호사로 합류했다. 이후 26기 문수생 전 남부지법 부장판사와 28기 권창영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영입했다.
지평은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성장했다. '탈(脫)원전'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건 문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 등을 논의할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에 김지형(11기) 지평 대표변호사를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대법관에 올랐고 퇴임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일하다 2012년 지평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영문(24기) 지평 변호사 역시 문 정부에서 관세청장에 임명됐다. 그는 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던 문 대통령 밑에서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었다.
지평은 무엇보다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인 강금실(13기) 전 법무부장관과 민변 사무차장 출신인 양영태(24기) 변호사가 설립한 로펌이다.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헌정 사상 최연소 법무부장관이자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강금실을 천거한 사람이 강금실의 사법연수원 1기수 선배인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노무현 정부서 승승장구한 화우도 '우리법' 카르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근무했던 법무법인 화우도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곽 의원은 2004년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곧바로 화우에 입사했고 2020년 민주당에 입당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본적지인 영동군이 속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군 선거구에 출마해 박덕흠 의원과 경쟁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다 장인 노 전 대통령의 선거구였던 종로구 선거구에 출마해 2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화우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법관을 지낸 이홍훈(4기) 판사가 고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전 대법관은 '법원 내 재야 인사'로 불릴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판결을 해 주목을 받았고 우리법연구회의 젊은 판사들이 대법원장 후보로 밀 만큼 좌파 후배 판사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화우 변호사로 활동중인 대표적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은 남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유승룡 변호사(22기)와 지난해 화우 신임 대표변호사로 선임된 이준상 변호사(23기) 등이 있다.
서울고법 판사를 역임한 김유범 변호사(26기)와 같은 기수인 권동주 변호사도 판사를 그만두고 화우에 합류했다. 특히 권 변호사는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였다.
이후 28기 홍승구 변호사와 32기 박상재 변호사, 34기 박재우 변호사도 판사를 그만두고 화우에 영입됐다. 모두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할 정도로 유능한 판사들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지평이나 화우, LKB 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노무현·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형사사건 변호를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관들과도 충분한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04/20250204002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