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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요안나 사망 후 '부고'도 안 띄우고 석 달 동안 '쉬쉬' … '따돌림 문화' 숨기려 했나

뉴데일리

지난해 9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끝에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MBC가 무려 넉 달 동안 '부고'도 내지 않고 고인의 사망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사내에 뿌리 깊은 '따돌림 문화'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MBC 자체조사가 아닌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MBC 내부에서 나왔다.

◆오요안나 따돌림·차별 ‥ 알고도 묵인했나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강명일)은 지난 1~3일 배포한 연속성명을 통해 "지난해 9월 유명을 달리한 오요안나 씨의 소식은 무려 석 달이 지난 작년 12월에야 뒤늦게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며 "의아한 일이다. 일반 직원의 경우 부모상은 물론 외조모상까지 회사 게시판에 부고가 뜨는데 하물며 한솥밥 먹던 기상캐스터는 어찌해서 회사 지인들의 추모를 받을 기회도 얻지 못했나? 담당부서가 그의 죽음을 몰랐을 리 없다. 알고도 쉬쉬했나? 안쓰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고용노동부가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한 결정을 보고 매우 반가웠으나, 넉 달 동안 이 사건을 은폐하고 쉬쉬했던 MBC에 '자체조사 개시'를 지도했다는 서울서부지방노동청의 조치에 대해선 어안이 벙벙하다"고 각을 세웠다.

이 사건은 MBC 공채로 입사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를 3년 전 입사한 기상캐스터 선배들이 집요하게 장기간 괴롭혔고, 우울증 치료로 견딜 수 없었던 노동자가 주변 PD와 동료, 아나운서, 작가들에게 SOS를 쳤으나 결국 도움을 받지 못하고 숨진 사건이라고 단정한 MBC노조는 "이는 명백한 산재 사망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씨가 지난해 9월 6일 '1차 시도'로 안면 부위에 상처를 입었고, 같은 달 15일 사망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기간과 위험 신호가 감지됐음에도, 사측이 어떠한 보호 조치도 없이 단순 병가 처리한 경위 역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한 MBC노조는 기상팀 내 동료의 카카오톡에 "언니 힘들게 했던 사람들 다 아는데 왜 힘들었는지 다 아는데…, 아무 말도 못하는 내가 너무 힘들어요" "말 통하고 알아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었는데 나 이제 어떡해요?" 등의 대화 문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당시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주변인들이 알고 있었고, 회사에서도 '법무팀 검토 의견'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경영진, '사업장 부실 관리' 법적 책임져야

MBC노조는 "사측이 최승호·박성제 전 MBC 사장의 부당노동행행위 기소 및 1심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사내 차별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씨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사망함에 따라 이 사건이 안형준 현 사장에게 불리하게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려 진상 조사를 차일피일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며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에 대해 부고도 띄우지 않고 이를 덮으려 한 점과 △이러한 불법 행위를 방치해 온 사업장 관리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안형준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직격했다.

MBC노조는 "기자들의 '유배지' 문제뿐만 아니라, 전 경영진 간부들에게 주차장 관리를 시킨다든지 레코드실 자료정리를 맡기는 식의 부당한 인사 정책이 결국 사내 차별과 인격 침해를 일으키고 있다"며 MBC 내부에 비정규직과 계약직에 대한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도국에서 해고된 방송작가 6인이 복직 소송을 통해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차별없는 노조'를 구성한 바 있고 △2017년 파업 과정에서 계약직 아나운서의 집단 해고도 '부당해고'로 인정받아, 일반직 아나운서와 동등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사례를 언급한 MBC노조는 "이처럼 문화방송 사업장은 세밀한 '인권·차별 방지 정책'이 마련돼야 마땅한 사업장인데도 전면 실사를 보류하다가 이번에 오씨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심지어 MBC는 이 문제를 대하면서 너무도 적나라하게 정파성을 드러냈다"며 "유서 내용이 보도된 후 비난 여론이 들끓자 MBC가 내놓은 첫 번째 입장이 어땠는가? '우리는 몰랐다. 유족이 요청하게 조사하겠다'는 무책임한 면피성 태도였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없는 비인간적 자세였다"고 일갈한 MBC노조는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합니다'라는 대목은 충격적이었다"며 "이렇게 MBC는 첫 입장문에서부터 이 사안을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고 그렇게 대처했다"고 되짚었다.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 진행해야

MBC노조는 "정상적인 회사에서 제대로 된 경영진이라면 '유감이다. 즉각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했을 것"이라며 "결국 노동법 위반 지적과 함께 비난 여론이 거세진데다 유족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MBC는 사흘 만에 뒤늦게 진상조사 계획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서 채상병의 죽음에 대해선 특검을 해야한다고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여왔던 MBC가 정작 내부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해선 어찌 이렇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가증스럽다"고 비난한 MBC노조는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다짜고짜 'MBC 흔들기'로 규정하고 나서서 더 매를 번 것"이라며 "오씨의 죽음을 진영싸움으로 오염시킨 것은 바로 MBC 아닌가?"라고 다그쳤다.

MBC노조는 오요안나가 숨진 사건과 관련, MBC가 꾸린 진상조사위원회에 '친민주당 인사'들이 포함된 사실을 거론하며 과연 공정한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다.

MBC노조는 "이 조사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볼 뿐만 아니라, 문화방송 내부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프리랜서, 비정규직과 소수노조원'에 대한 차별 및 인권 침해 구조를 조사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며 "그런데 '친민주당 방송’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MBC가 이렇게 편향된 조사위원회를 꾸리면서 어떻게 공정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MBC노조는 "안형준 사장과 임원진은 민주당이 추천한 6인의 방문진 이사들의 결정으로 그 자리에 올랐는데, 조사위원회를 친민주당 외부 인사들로 꾸린다는 것은 대놓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차라리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해 재능 있는 20대 비정규직 여성이 대한민국의 '꿈 공장'이라는 방송국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에 지쳐 호소할 곳을 못 찾다 숨진 비극적인 사건이 제대로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이돌 연습생처럼 동원돼 유튜브 출연

MBC노조는 이번 노동부 조사에서 기상캐스터를 고용 형식으로 일을 시킨 '오늘 비와' 유튜브 채널의 운영 실태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MBC 기상캐스터들은 지금까지 MBC와의 프리랜서 계약에 의해 노동을 제공해 왔는데, 이 사건에서 가해자나 피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들은 2018년 기상팀장으로 부임한 H씨의 지휘·감독 아래 유튜브 채널인 '오늘 비와' 녹화에 아이돌 연습생처럼 동원돼 출연했다"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보수 지급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추가 노동이 근로계약인지 도급계약이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시시때때로 이뤄지는 유튜브 촬영 때문에 특정 업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프리랜서의 노무 제공 형태가 무너졌으며 실질적으로는 고용-근로 관계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한 MBC노조는 "당시 H팀장은 스스로를 'IH기획 대표'라고 방송에 나와 소개하기도 하는 등 마치 '컴퍼니 인 컴퍼니(CIC)' 대표인 듯 행동했고, 자연스레 H팀장의 지시에 모든 기상캐스터들이 맹종하는 모습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비쳐졌다"며 "2022년 초 H팀장이 기후환경전문기자로 발탁돼 전보된 이후 H팀장의 막강한 지휘권한의 공백이 생겼고, 이후 기상캐스터 선배들이 호가호위하는 식으로 막내 기상캐스터들을 권한 없이 교육시킨다든지 퇴근 후에도 회사로 호출한다든지 단톡방에서 제외를 시킨다든지 하는 월권이 자행됐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실질적인 근로계약에 대해 △근로계약서 교부 의무 △퇴직금 지급 의무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 △최저임금 준수 의무 등이 지켜졌는지 면밀한 조사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오요안나 제외 '기상캐스터 단톡방' 존재

강명일 MBC노조비대위원장에 따르면 오요안나가 1년 동안 받은 급여명세서에 찍힌 돈은 1600만 원으로, 오요안나는 한 달에 130여만 원을 받고 새벽부터 나와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요안나가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한 이후, MBC 기상캐스터 6명 가운데 오요안나와 그의 동기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만 모인 '단톡방'이 따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오요안나는 2021년 5월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선발돼 사망 직전까지 'MBC 뉴스투데이' '주말 MBC 뉴스' '12 MBC 뉴스' 등 다양한 뉴스프로그램에서 일기예보를 전했다.

지난해 9월 사망한 고인의 휴대전화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4인 단톡방'의 대화 내용이 찍힌 사진이 담겨 있었다.

고인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MBC 측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 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를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요안나는 숨지기 두 달 전 엄마에게 전화해 "괴롭힘 사실을 선배에게 얘기했다"며 기상팀 내에서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에게 수없이 상담을 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기상캐스터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04/20250204003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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