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럽연합(EU)은 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부과가 현실화하면 지체 없이 대응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벨기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회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불공정하고 독단적으로 (관세부과) 대상이 될 경우에 EU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얼마나 가파른 관세를 부과하려 했는지 목격했다"면서 "이런 관세는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며 불필요한 경제 혼란을 일으키고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강력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대미 관계의 잠재적 도전과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며 "관세는 불필요한 경제적 혼란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막판 협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관세를 유예했듯이 EU도 관세를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하나'는 질문에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준비를 해야 하고, 준비가 돼 있다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이은 관세부과 대상으로 EU를 지목한 상태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광범위한 합의는 없었지만, 일부는 EU에 10% 관세를 부과하길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EU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EU는 이에 맞대응해 미국의 위스키, 오토바이, 데님 등에 관세를 매겼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선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포르투갈)도 "친구간에도 문제나 견해차가 있을 수 있으며 대화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스스로 가치와 원칙을 방어해야 하며 이익에 대해 타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들도 한층 단호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당한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유럽에 경종을 울린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EU는 더 단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는 강력하며 스스로 이익을 추구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것이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우리의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나는 동맹과 싸우는 걸 절대 지지하지 않지만, 미국이 유럽에 가혹한 조건을 제시한다면 집단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수 정상은 대서양 동맹인 미국과 EU간 관세 분쟁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우선은 협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U 상반기 순회의장국인 폴란드의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완전히 불필요하고 바보 같은 관세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도 "나는 (무역) 전쟁이 아닌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동조했다.
EU의 외교분야 수장인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에스토니아)도 정상회의에 앞서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관세를 부과하면 비용이 증가해 국민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다면 옆에서 웃는 것은 중국"이라고 덧붙였다.
10시간 동안 이어진 이 날 회의는 애초 EU 차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준비한 일명 '국방 정상회의'였다.
그러나 무역에서 방위비 문제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에 사실상 '트럼프 대책회의'가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편입 의사를 노골화한 덴마크령 그린란드 현안에 대한 EU 차원의 공동 입장,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관련 질문을 받고 "EU는 주권과 영토 보존이라는 유엔 헌장을 지지하며 이는 전세계 공통된 원칙"이라면서 "덴마크의 영토적 완전성을 보존하는 것은 모든 회원국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상회의장에서도 27개국이 "덴마크에 대한 전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으며 관련된 국제법 원칙을 상기했다"고 EU 당국자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EU 27개국이 조율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잇따른 거부 의사에도 트럼프 대통령 측이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편입 의사를 드러내자 EU 차원의 공통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EU 정상들은 유럽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도 논의했다. 거의 모든 회원국이 방위비 증액과 유럽 방위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자금조달 방법론을 두고는 여전히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제시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방위부문 예산을 '융통성 있게' 늘리기 위한 방안 등을 내달 국방백서를 통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네덜란드)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참석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 총리가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스타머 총리는 안보부문에서 EU와 협력을 더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04/20250204002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