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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에 대한 '정치 편향'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윤 대통령 측은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문형배·정계선 재판관과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이미선 재판관이 스스로 탄핵 심판 심리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회장을 맡을 당시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던 판사 절반 이상이 현재까지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뿐 아니라 사법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법원장을 비롯해 헌법재판소장 등 요직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공정의 외관'을 갖춰야 할 헌법재판소가 정치 편향 논란을 받는 것 자체가 탄핵 심판의 정당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4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문 대행이 회장을 역임할 당시 공개된 우리법연구회의 현직 판사 회원은 총 125명에 달한다. 연수원 18기부터 37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수와 연령대의 판사들이 가입했다.
당시 회원 명단은 2008년 초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2010년 논문집 등에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2010년 공개될 당시에는 우리법연구회의 좌편향 논란으로 잇따라 탈퇴하면서 회원수가 절반으로 크게 줄어든 60명의 회원만 공개됐다.
1988년 출범한 우리법연구회는 김종훈·유남석·이광범·강금실·강신섭·박윤창 판사와 박종술·이태화 변호사 등이 창립멤버로 알려졌으며 이후 노무현 정부 때 주요 보직에 임용되면서 이 모임은 '법조계 하나회'로 지적받았다.
이후 2005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우리법 연구회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면서 부장급 고참 판사와 변호사들이 연구회에서 탈퇴했다.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원에 이런 단체가 있어서는 안된다. 젊은 판사들은 모르겠지만 부장판사 등 연장자들은 탈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주요 창립 멤버들이 그해 연말 탈퇴하고 초창기 회원 50여명 가량이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125명 中 63명이 사법부 요직…문 대행부터 노정희·이흥구 대법관까지
본보가 문 권한대행이 회장을 역임할 당시 공개된 총 125명의 현재 상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63명이 헌법재판소,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판사를 그만둔 회원들도 대다수 변호사 일을 하거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법연수원 18기로 2008년부터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문 대행은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현재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업무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18기인 최복규 부장판사는 인천가정법원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부장판사로 근무 중이다. 같은 기수인 문영화 판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후 성균관대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 판사는 한때 대법관 후보에까지 이름이 오르내렸다.
19기인 노정희 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는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후 2020년 21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임명됐지만 2022년 4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및 본투표에 관리부실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금은 사법연수원에서 후임 법관들을 양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을 지낸 박정화 판사(20기) 역시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6년여의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현재는 고려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21기 오재성 판사는 전주지법 법원장을 거쳐 현재는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후 이흥구 대법관(22기), 김현룡 청주지법 부장판사(22기),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23기), 윤성식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24기) 등이 현직에 있다. 특히 사법행정을 맡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살림을 이끈 윤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승진시켜 근무하다 올해 인사에서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이동했다.
이밖에도 서울서부지법원장을 지낸 정계선 헌법재판관을 배출한 27기에선 김래니 수원지법 안양지원장, 김용덕 대전지법원장, 박양준 부산가정법원장, 손진홍 수원지법 평택지원 부장판사 등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경대 판사도 대구지법 서부지원장을 역임하다 2023년 변호사를 개업했다. 대다수 지방법원장을 지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해준 이순형 서부지법 부장판사(28기)와 헌법재판관 후보에 이름을 올린 마은혁 서부지법 부장판사(29기)도 우리법연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등록된 회원중 가장 늦은 37기인 박종환 대법원 공동 재판연구관 부장판사도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법무부 차관도 배출…尹 대통령 징계 위해 파격 인사했다가 불명예 퇴진
18기 이후 우리법연구회 출신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인물로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23기)을 들 수 있다. 그는 2020년 문재인 정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파격적으로 비검찰 출신으로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 법무부 법무실장도 역임했다.
특히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 통과 이후 공수처 출범 준비팀장도 맡았고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추 장관에 반기를 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위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긴 파격적인 인사였다.
당시 청와대는 서면으로 인사 발표하면서 "이 신임 차관은 20여년 법원에서 재직한 법관 출신으로, 2017년 8월 비검찰 출신으로는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되어 2년 8개월간 근무했다"며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차관에 임명되기 전 2020년 11월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이 불거져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차관은 당시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잠들었다가 기사가 깨우려고 하자 멱살을 잡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직후 그는 택시 기사에게 1000만원 상당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찍힌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한 혐의도 있었다.
경찰은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으나 이 전 차관이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재수사가 진행됐다. 결국 1·2심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의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차관은 2021년 5월 퇴임후 김종훈·이창훈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화야를 설립했지만 징역형 확정으로 최소 2027년 11월 30일이 지날 때까지는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는 불명예를 안았다.
◆文 정부 들어 사법부 장악…떠난 자리에 대물림
실제 법원 내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두각을 나타낸 건 두 단체에서 모두 회장을 역임한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다.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29기) 등이 사법정책을 주도하는 자리에 앉게 됐다. 당시 헌법재판소 신임 재판관으로 임명된 유남석 재판관(13기)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또 김명수 사법부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노정희·박정화·이흥구 대법관과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김상환·오경미 대법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대법관을 각각 임명했다. 당시 안철상·노태악·민유숙·이동원 대법관은 비교적 중도성향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역시 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으로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대법관 14명중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이 진보 성향의 판사였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진 대법원의 '좌클릭'은 판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던 은수미 성남시장의 상고심에서도 "검사가 항소장에 1심 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한 양형부당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로 은 시장 역시 시장직 상실 위기를 회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노동 전문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으로 재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민중기(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민 전 중앙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로, 김 대법원장과 대학 동기에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명수 사법부 시절 조재연 대법관의 전속 재판연구관을 지낸 이종기 판사(33기)와 천대엽 대법관의 전속 재판연구관인 최누림 판사(33기)도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심지어 임기가 다음달 9일 끝나는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26기)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마지막 고위 법관으로, 우리법연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법원이 많이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우리법연구회는 지나치게 편향적인 부분이 있어서 비소속 판사들이 '니네법연구회'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농단' 사건을 계기로 우리법·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을 중용하면서 그들이 떠난 자리에 얼마 남지 않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더 요직에 가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03/20250203001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