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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보편 관세 부과 절차에 들어가자, 상대국들도 지체 없이 '보복'을 천명하고 나섰다.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는 25%, 중국산에는 10%의 보편 관세가 매겨진다. 다만, 미국 내 유가 문제와 맞물려 있는 원유 등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에 대해서는 10%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캐나다에 대한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도 적용치 않기로 했다. 현재는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의 물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 상대국이 미국에 맞대응 조치를 할 경우 관세율을 더 올릴 수 있는 '보복 조항'도 포함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관세에서 예외 되는 품목이 없을 것"이라면서 "개별 기업이 특별히 면제를 받는 절차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차례 예고에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상대국들은 관세 부과가 공식화하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억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또 캐나다 국민을 향해서는 미국산 대신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여름휴가를 미국 말고 국내에서 보내자고 애국심에 호소했다.
주지사들도 연방정부의 대응에 호응해 잇달아 자체적인 제재를 발표하고 나섰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온타리오주 등에서는 미국의 '레드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 생산 주류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노바스코샤주는 미국산 상용차의 도로 통행료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했다.
캐나다 최대의 일반 노동조합인 유니포(UNIFOR)는 "트럼프가 캐나다 노동자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만큼 강하고 빠르게 반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 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를 비롯해 캐나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로 미국 내 펜타닐 유입을 거론한 것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펜타닐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거리 판매 금지, 불법 자금 세탁 방지, 멕시코와 같은 대규모 예방 캠페인 등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펜타닐 등 합성 오피오이드는 무차별적인 처방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상응 조치'에 나서겠나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이후 홈페이지에 담화문을 내고 "미국 백악관은 펜타닐 등 문제를 이유로 중국의 미국 수출 제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선포했다"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자기 문제 해결에 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미의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정부가 미국 고율 관세에 맞불 대응을 하고 나섬에 따라 글로벌 경제도 혼란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지사 등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미국을 해치고, 미국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뿐"이라면서 "이제 캐나다는 강하게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WSJ는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은 모든 것을 국내에서 만드는 완벽하게 폐쇄된 경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자급자족' 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니며,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세상도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등 3국에 더해 유럽연합(EU)에도 "우리를 매우 나쁘게 대우했다"면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전날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도 밝혔다. 특히 석유 가스의 경우 이달 18일께 관세 부과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10% 내지 20%의 보편관세도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등에 이어서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다른 부문에도 추가 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타임지 인터뷰 등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한국에 대해 '부자 나라',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 언급한 바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상응 조치를 취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02/20250202000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