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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잠잠하던 비명계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노골적으로 내자 불안하고 불편한 계파간 동거는 위태로운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상황에서 비명계가 존재감을 드러내자 '이재명 일극체제'에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이에 친명계도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 없다면서 속앓이하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겨냥 "2022년 대선 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논란으로 민주당을 떠난 비명계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시 공천권을 쥐고 있던 이 대표는 현직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를 대거 공천해 '자객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전 지사는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 문화가 우리가 저들과 다름을 증명하는 길"이라며 "일극 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이재명 사당화'라는 평가를 받는 민주당의 현 상황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탄핵 정국이라는 유리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이 대표를 향한 비명계의 '저격성 발언'이 늘어나고 있다. 비명계는 지난 총선 후 친명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한 뒤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인 이 대표를 견제함으로써 경쟁 구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최근 친문계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친명 색깔만으로는 국민 과반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재명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서 이 대표를 직격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 대표의 최대 약점인 '사법리스크'를 거론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해 "2심 선고에서 만약 당선 무효형이 나온다면 상당히 지장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김 전 지사, 임 전 실장과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 대항마'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 대표를 만나 '포용과 통합'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통합하고 포용하는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열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지사가 이 대표를 작심 비판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라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김기흥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한민국 정치와 사회를 극단적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은 두 장본인이 이제 와서 '포용과 통합'을 말하는 것이 참으로 듣기 거북하다"며 "그동안의 극단적 분열과 갈등, 국민 갈라치기 행태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비명계가 세력화를 통해 이 대표에게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명계인 전직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을 살리려면 이재명을 드러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서서히 당내에서 결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 대표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물러나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전직 의원들은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세력화에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가 몸을 담고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범야권 진영을 중심으로 '비명 연합군'을 꾸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친명계는 비명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연일 친문 계열 인사들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김 전 지사를 향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있어서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그런 고민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친명계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이 판에서 정치적 파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이 대표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며 "솔직히 말해서 김 전 지사가 대선 경선에 나오면 승리할 수 있겠나. 그냥 하나의 쓴소리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안팎에서는 조기 대선을 겨냥, 친명 독주 체제를 와해하기 위한 작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명계 대선 후보 측에 소속된 한 관계자는 "현재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등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시계가 명확하지 않아 비명계 잠룡들이 숨 고르기 상태에 있다"며 "향후 정권을 가져오기 위해선 이재명 일극체제보단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야 하고 이러한 시나리오를 각 진영에서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비명계를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국가 위기인 상황에서 비명계도 포용하고 조금이라도 힘을 합해 대의를 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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