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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범 사유' 구속영장까지 부실 … 적부심부터 수사까지 '원점'서 시작해야

뉴데일리

지난 19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된 윤석열 대통령의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이다. 하지만 영장을 발부해 준 판사는 잡범에게만 적용되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이라는 간단한 사유만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함께 계엄에 가담해 구속 기소된 공범들의 진술 등 이미 증거의 대부분이 확보돼 있는데 도주 우려가 없는 현직 대통령을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사건을 이첩받을 때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이미 윤 대통령을 수사 중이던 검·경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강제로 수사권을 넘겨받는 이첩 요청권을 발동했다. 이 조항은 공수처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출범 때부터 위헌 논란이 있었다.

체포 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서울서부지법을 택해 '판사 쇼핑' 논란을 불렀다. 공수처 사건 관할은 원칙적으로 서울중앙지법인에도 예외를 적용해 서부지법으로 갔다. 영장 발부 판사는 하필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었다. 게다가 이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현행법을 배제하라고 적시해 논란이 됐다.

심지어 구속 여부에 상관없이 윤 대통령을 기소하려면 다시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데 공수처의 수사기록은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공수처가 힘에 부친다면 당장 수사를 중단하고 경찰이나 곧 출범할 특검에서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5글자 사유로 구속…법조계 "잡범 수준으로 대통령 구속"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지난 18일 당직이던 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가 맡아 다음 날 발부됐다. 영장 심사는 평일에는 전담 판사가 하지만, 주말엔 민·형사부 판사들이 돌아가며 대신 한다.

차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윤 대통령 측이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압수 수색을 거부한 점 등을 강조한 공수처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차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밝힌 이유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이라고 단 15글자였다.

법조계 한 인사는 "짤막한 영장 발부 사유만 보면 거의 잡범 수준"이라며 "혐의 소명 정도 등을 좀 더 자세히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공개된 주요 인사들의 구속 영장 심사 결과도 이번처럼 짧지는 않았다. 2017년 3월 법원은 뇌물 수수 등 13가지 범죄 혐의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35자 사유를 댔다.

2023년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를 600자 분량으로 밝혔다.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지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는 이유도 달았다.

현직 대통령을 꼭 구속 수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의 전제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느냐이다. 여기에 주거가 일정치 않거나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느냐,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이 있냐 등도 고려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지난달 3~4일 6시간 동안의 비상계엄 상황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고 계엄에 가담한 군과 경찰 지휘부가 이미 윤 대통령 지시 사항 등을 고스란히 진술했으며 윤 대통령이 계엄 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사실상 칩거해 특별히 숨길 증거도, 도주할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법조계 한 원로는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현직 대통령을 굳이 구속 수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윤 대통령도 사법 절차에 따라 수사에 협조했다면 이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숟가락만 얹은 공수처…원점에서 다시 수사해야

공수처는 고위 공무원 비리를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는 판사·검사·경찰 고위직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 나머지는 수사 후 검찰로 보내야 한다.

2023년 공수처는 기소권도 없는 감사원 간부의 비리를 수사해 검찰에 대신 기소해 달라고 보낸 일이 있다. 검찰이 기소하려고 보니 수사 내용이 부실했다. 공수처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자 보완은 검찰이 하라며 끝내 버텼다.

반면 자기들에게 기소권이 있는 이규원 검사의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여건상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거꾸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면서 수사는 검찰이 하고 기소 여부는 자기들이 결정하겠다는 '기소 유보부 이첩'이라고 했다. 당시 검찰은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이 검사를 직접 기소했다.

이번 윤 대통령 사건도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사건을 다시 검찰로 이첩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원점에서 다시 수사해 윤 대통령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공수처 수사기록을 다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야 재판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공수처는 숟가락만 얹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무능력한 공수처에 남겨진 시간은 열흘…검찰에 빨리 넘겨야

공수처에 허락된 수사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수사는 체포 시점부터 최대 20일까지 가능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검찰과 열흘씩 구속기간을 나눠 쓰기로 했다.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의 구속 기한은 내달 4일 전후로, 공수처는 이달 24일쯤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소환에 불응할 경우, 공수처는 강제인치(강제연행)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구속 피의자가 수사기관 조사실에 출석하길 거부할 경우, 구속영장 효력에 의해 피의자를 조사실로 강제구인할 수 있다.

구치소 방문조사도 방법이지만 윤 대통령이 진술 거부로 일관한다면 제대로 된 조사는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체포 직후 진행된 15일 첫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이나 주소, 직업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도 답하지 않은 채 묵비권을 행사했고,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공수처가 예정보다 빨리 사건을 검찰에 넘겨 재판을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일단 기소되면 동일 범죄사실에 대한 강제수사는 매우 제한된다"며 "향후 재판을 위해선 공수처가 신속하게 사건을 검찰에 송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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