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두고 온라인에 희생자를 모욕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유족을 향한 악성 비방글이 확산하는 가운데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일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또는 유족에 대한 악의적 비방 등 표현이 담긴 온라인 게시물 4건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악성 게시물 작성자의 IP 주소를 추적해 신원을 확인하는 즉시 모욕 혐의로 처분할 방침이다. 아울러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악성 댓글·음해성 글 125건에 대해 삭제 및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각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자들도 경찰 수사 협조를 약속했다"며 "희생자나 유족을 조롱 또는 비하하는 온라인 게시 글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넘은 비방글 확산 … "가족 잃은 슬픔에 대못 박는 범죄행위"
앞서 여객기 참사 당일인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가족들만 횡재'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보상금 받을 생각에 속으로는 싱글벙글할 듯"이라며 유가족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겼다.
이에 정부는 사법당국에 엄중한 법적 조치를 당부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7차 회의에서 "일부 인터넷 등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무분별한 게시물과 악의적인 댓글, 허위 조작 정보, 자극적인 영상 등이 공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가족들과 선의의 관계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행동은 절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경찰 등 사법당국은 모니터링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에 대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무분별한 가짜뉴스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관계 당국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힘은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서 당 차원에서 성금 모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직접 유가족을 만나보니 유가족을 음해하고 비방하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며 "가족을 잃은 슬픔에 또다시 대못을 박는 범죄행위다. 관계 당국의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했다.
◆유가족 대표가 민주당원? … "가짜뉴스 답답하고 가슴 아파"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유가족을 사칭하는 민주당 당원'이라는 주장도 온라인상에 퍼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이 직접 나서서 이를 부인했으나 허위 사실 및 2차 가해성 가짜뉴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신을 박 대표의 자녀라고 밝힌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유튜브 댓글, 기사 댓글에서 가짜 유가족이라는 단어가 너무 판을 쳐서 답답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어 글을 올린다"며 "가짜 유가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유튜브 댓글에는 '유가족 사칭' '어쩐지 정치적 발언만 하더라니 거기다가 민주당 당원이라니 환멸이 난다' '민주당 권리당원이면서 유족인 척 인터뷰했다고'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아버지의 남동생인 저의 작은아버지는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며 "작은아버지 성함이 박형곤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성함은 박병곤"이라고 짚었다.
이어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거짓뉴스가 퍼졌는지 너무 답답하다"며 "댓글에서 동생을 잃은 아버지에게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붙을 때 너무 가슴이 아프고 저희 아버지가 잘못된 선택을 하실까 너무 무섭고 걱정된다"고 했다.
◆비방 정도 심하면 실형 가능 … 유족 측 "대응팀 꾸려 자료 수집 중"
현행법상 온라인상에 도를 넘는 비방과 허위사실을 퍼뜨리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처벌이 가능하다. 비방 정도가 심할 경우 실형에 처할 수 있으며 희생자를 겨냥한 모욕은 사자 명예훼손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유족 측도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해 대응팀을 꾸려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여객기 참사 법률지원단 부단장 박철 변호사는 2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변호사들이 모니터링 중이며 고소 및 고발 절차를 1차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대응하고 있지만 계속된 악의적 비방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부디 악의적 비방이나 악플을 삼가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인지되면 경찰이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명예훼손 사건이 벌금형으로 끝나지만 대형 참사의 경우에 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앞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모욕하는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김모씨와 조모씨는 2015년 각각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조씨는 법정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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